관세청이 한진그룹 총수일가 자택에 이어 대한항공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면서 밀수·탈세 조사를 본격화했다. 지금까지의 언론 보도에 따르면 조양호 회장 등 총수 일가는 사법처리를 면하기 어렵다. 그리고 대한항공 등 주요 계열사에 대한 경영권도 모두 잃게 될 위험에 처했다. 관세청과 사법 당국 등의 ‘제대로 된 조사와 사법처리’를 전제한 전망이다.

대한항공 등 계열사의 주가 폭락을 언급하며 ‘CEO 리스크’를 말하지만 차녀 조현민 전무의 안하무인 행동에서 비롯된 ‘온가족 갑질 파문’은 조양호 회장이 수습할 수 있는 한계를 이미 넘어섰다. 고가의 명품과 가구 등 사적 용도의 물품을 세관을 거치지 않고 들여와 관세를 포탈하고, 또 운송료를 지불하지 않아 회사에 손해를 끼친 사실이 분명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관세청의 대한항공 사무실 압수수색은 총수 일가의 밀수·탈세 조사차원을 넘어 대한항공의 조직적이고 상습적인 탈세 혐의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알려졌다. 총수 일가의 밀수·탈세를 도운 대한항공 직원들마저 사법처리 될 처지에 놓인 것이다. 오랜 시간 저질러진 관세 포탈 혐의는 충분한 증거 확보가 어려워 형사처벌 수위가 낮아질 수 있다. 하지만 상습적 관세 회피와 운송료 미납 사실은 관련 직원들의 증언만으로도 충분히 입증될 수 있다. 

이제 공은 정부 당국으로 넘어갔다. 당국에게 모든 잘못을 철저히 가려낼 의지가 있다면 남은 일은 약간의 시간이 필요한 기술적 절차뿐이다. 총수 일가의 사법처리와 경영 일선 퇴진이 불가피하다. 그래도 총수 일가가 퇴진하지 않는다면 국토건설교통부가 대한항공의 항공운송면허 정지 조치를 취할 수 있다.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을 비롯해 외국인 기관투자자, 소액 주주들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다. 

총수 일가의 경영 퇴진 전망이 성급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그동안 재벌기업 총수 일가의 탈선 사례는 많았다. 이들 사례가 국민감정을 거슬러 비난이 쏟아지고 총수들이 소나기를 피하듯 형식적으로 사과하고 세월이 흐르면 흐지부지되는 게 보통이었다.

대한항공 사태는 이런 개인적 일탈 사례가 아니다. 언제부터인지 알기도 어려울 정도로 오랫동안 회사 전체가 나서 밀수·탈세를 반복했다. 처음에는 ‘국민정서법’에 걸렸지만 갑질 파문은 이제 뒷전이 됐다. 명백하고 상습적인 실정법 위반 행위가 드러났다. 

김병훈 기자 hyundam@succes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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