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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판문점 선언’ 폄훼 신경 쓰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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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훈 기자 작성일승인 2018-04-30 22:46 수정 2018-05-09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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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악수 002 890.jpg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선언' 발표를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

 

 

온 국민과 전 세계가 환영한 27일 남북정상회담의 ‘판문점 선언’을 폄훼하는 사람들이 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대표적이다. 일부 보수 언론도 ‘완전한 비핵화’라는 말만으로는 구체적 실행계획이 없다며 의구심을 나타냈다. 


홍준표 대표는 독보적이다. 회담 당일인 27일 “남북 위장 평화쇼” “김정은이 불러준 대로 받아 적었다”고 SNS에 올렸고 28, 29일 “미국은 이런 유의 위장평화 회담은 하지 않을 것” “세 번 속으면 그때는 공범”이라며 독설을 퍼부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회담 직후 SNS에 “어처구니없다”고 했다가 비난이 몰리자 “감동을 주는 부분이 있었지만 실질적 진전이 없다”고 고쳐 썼다.


홍 대표가 왜 이럴까. 지방선거를 유리하게 치르려는 정치적 이익을 위해 의도적으로 사실을 왜곡한다는 비판이 나오지만 납득하기에 충분하지 않은 것 같다. 특히 홍 대표와 일정한 거리를 두며 지방선거 결과에 책임을 느끼지 않아도 되는 나 의원의 경우는 정치적 의도를 읽기 어렵다. 


일부 보수언론의 지적은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능하다. 그토록 기다려온 ‘비핵화’이니 언제까지, 어떻게 기존 핵무기와 핵시설을 폐기하겠다는 약속이 있었으면 하는 조바심일 것이다. 하지만 여러 전문가의 입을 빌어 “김정은의 시간 벌기” “또 속는다” 식으로 보도하는 태도는 이해 불가다. 


홍 대표, 나 의원 등 일부 정치인과 언론 종사자들이 ‘인지 부조화’를 겪는 게 아닌가 걱정된다. 몇 달 사이 급속도로 진행된 변화의 바람에 적응하지 못하고 기존의 습관적인 사고를 고집하는 게 아닐까. 지금 부는 변화의 바람이 과거에 보지 못한 ‘아주 새로운 바람’이라는 걸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7년 신년사에서 ‘능력이 따라서지 못하는 안타까움과 자책 속에 지난 한 해를 보냈다’고 밝혀 주목을 끌었다. 북한이 내세우는 주체사상의 핵심인 수령론을 부정하는 발언이다. 주체사상에 의하면 수령은 무오류의 존재다. 가톨릭의 교황무류설(敎皇無謬說)처럼 수령은 잘못을 할 수 없는 존재인 것이다. 이런 수령이 ‘능력이 따라서지 못하는 자책’이라니 김일성이나 김정일에게서 나올 수 없는 발언이 나온 ‘사건’이었다. 


홍준표 대표가 “주사파가 청와대를 장악하고 있다”고 말할 때의 ‘주사’가 바로 주체사상이다. 남측의 청와대는 주사파가 장악했는데, 주체사상의 나라 수령은 주체사상을 부정했으니 ‘인지 부조화’가 생길 만하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무오류’라는 개념에 “어떻게 사람이 오류가 없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했을지도 모른다. 


김 위원장은 이달 초 아무 조건도 달지 않고 장거리탄도미사일(ICBM) 발사와 핵실험을 중지하고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쇄하겠다고 발표했다. 과거처럼 ‘시간 벌기’가 아니라 ‘시간 줄이기’ 속도전을 거침없이 주도한다. 이처럼 김 위원장은 ‘아주 새로운’ 북한의 지도자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8월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정부는 모든 것을 걸고 전쟁만은 막을 것”이라며 “한반도에서의 군사행동은 대한민국만이 결정할 수 있고 누구도 대한민국의 동의 없이 군사행동을 결정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미국이 북한을 공격한다는 각종 시나리오가 난무할 때 대놓고 미국에 북한을 공격할 생각은 하지도 말라고 선언한 것이다. 


1992년 미국 클린턴 행정부가 북한 영변의 핵시설 폭격을 검토한 이후 여러 차례 전쟁 위기가 불거졌다. 하지만 미국에 공개적으로 이렇게 말한 대통령은 문 대통령이 유일하다. 그도 ‘아주 새로운’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아주 새로운’ 대통령이라는 건 설명할 필요도 없다. 관료들의 조율을 기다리지 않고 직접 뛰어들어 모든 일을 휘저으려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스타일이 직접 속도전을 이끄는 김정은 위원장과 잘 맞을 수도 있다. 여기에 신중한 문재인 대통령이 중재를 맡으면서 ‘환상의 트리오’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어쩌면 5월로 앞당겨진 북미정상회담이 1972년 닉슨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 못지않은 새 역사를 창조할 가능성도 있다. 


새로운 사람들에 의한 눈부신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사람들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미 북미정상회담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홍준표 대표나 일부 보수언론이 뭐라 하든, 트럼프 대통령이나 김정은 위원장이 신경이나 쓰겠는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문재인 대통령이 만들어 낼 새 역사를 기쁜 마음으로 맞이하기만 하면 된다.  

 

김병훈 기자 hyundam@succes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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