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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진화는 지금도 진행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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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섭 기자 작성일승인 2017-09-08 00:54 수정 2021-08-23 11:56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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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립보건원(NIH)
인류의 진화는 지금도 진행 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컬럼비아대 연구 결과, 장수(長壽)를 누리는 사람들은 알츠하이머병 및 과도한 흡연과 관련된 유전자 변이의 빈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자연도태가 이런 해로운 유전자 변이를 제거해 낸 때문으로 분석됐다.
8일 컬럼비아대 등에 따르면, 이 대학과 뉴욕지놈센터 과학자들은 유럽인 혈통의 미국인과 영국인 총 21만명의 유전자를 분석하는 대규모 연구를 진행했다.
분석 결과 두 가지 유전자 변이가 두드러졌다. 70세 이상 여성에서 알츠하이머병과 관련 있는 ApoE4 유전자의 빈도가 낮았다. 이는 이 유전자를 한 개 또는 두 개 가진 여성은 이 유전자가 없는 여성에 비해 노년에 건강할 확률이 높다는 선행 연구 결과와 맥을 같이 하는 것이었다. 또 남성에서 과도한 흡연과 관련 있는 CHRNA3 유전자 변이 빈도도 비슷한 정도로 낮았다.
인간의 생존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전체 유전자 변이 가운데 단지 2가지 흔한 유전형질 밖에 발견되지 않은 것은 놀라움이었다. 이는 자연도태가 ApoE와 CHRNA3 유전자처럼 노년기에 발현하는 유전자들까지를 포함해 사람에서 비슷한 유전자 변이를 제거해 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읽힌다.
분석결과에 따르면 장수인들은 심장질환이나 고콜레스테롤, 비만, 천식을 유발하는 유전자 변이의 빈도도 낮았다. 이는 이들 돌연변이가 후손에게 대물림 될 확률이 감소할 것임을 시사한다. 조셉 피크렐 컬럼비아대 및 뉴욕지놈센터 진화유전학자는 이에 대해 “자연도태가 현재 인류에서 발생하고 있음을 뒷받침 하는 유전적 증거”라고 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플로스 바이올로지(PLOS Biology)’ 최신호에 실렸다.
좋은 유전형질은 생존력을 높이는 유전자 변이가 생겨날 때 진화한다. 좋은 유전형질이 후손에게 대물림 될 때 유전자 변이와 그 유전형질은 인구집단 사이에서 광범위하게 퍼진다. 예컨대 2족 보행 등 복잡한 유전형질의 경우 진화의 과정이 수백만년이 걸리더라도 진화 그 자체는 대대손손 이어지고 그에 따른 유전형질은 전체 인구집단에서 점점 더 자주 나타나게 된다.
이번에 자연도태 과정이 확인된 건 유전자 분석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 덕분이다. 대규모 인구에 대한 유전자 분석을 통해 특정 유전자 변이의 상대적인 발생과 소멸을 분석하면 어떤 유전형질의 발생이 증가 또는 감소했는지 알아낼 수 있다.
대부분의 유전형질은 수십에서 수백 개에 이르는 유전자 변이의 산물이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연구팀은 키, 비만 등 42가지의 흔한 유전형질과 관련 있는 유전자 변이에 대해 조사하고 아울러 이것이 생존력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등을 추적했다.
이 결과 고콜레스테롤, 비만, 심장질환의 소인이 있는 사람은 단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천식 소인이 있는 경우에도 위험도는 그 보다 낮지만 단명했다.
반면 사춘기 및 분만의 늦음과 관련 있는 유전적 소인을 가진 사람은 장수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망률 감소율은 사춘기가 1년 늦을 경우 남녀 모두에서 3~4%포인트, 분만이 1년 늦을 경우 6%포인트 낮아졌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임신에 영향을 주는 유전자 변이가 현재 미국과 영국 여성에서 진행 중임을 뜻한다. 다만 현재 바람직하다고 여겨지는 유전형질일지라도 다른 인구집단 혹은 미래에는 그렇지 않게 될 수 있다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컬럼비아대 등의 이번 연구는 인간 유전자의 진화를 1~2세대의 단기간 내 직접적으로 들여다 본 최초의 사례다. 최근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유전자를 분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사람들이 얼마나 오래 사는지, 자녀와 손자는 몇이나 낳는지 등 정보는 인간이 현재 어떤 방향으로 진화 중인지를 알아낼 수 있는 추가 단서가 될 것으로 연구팀은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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