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 실천에 대한 압박감과 조바심 때문이었을까. 정책 추진에서 정작 핵심인 소요 재원과 예산 마련 방안이 빠졌다. 고용노동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계획' 얘기다.
전국 835개 공공부문 상시·지속적 업무 수행자 총 31만 6000명. 이중 정규직 전환 대상자는 64.9%인 20만5000명. 기간제와 파견·용역직 7만4000명 내년 우선 전환...
25일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계획을 발표하는 고용노동부 관계자들의 말은 또박또박 떨어졌다. 이성기 차관은 "정규직을 채용할 수 있는 업무에서 비정규직을 남용하는 잘못된 고용관행 바로잡아야 한다"고 톤을 높였다. 기자들의 질문에 대한 고용부 관계자들의 답변은 그러나 흐릿했다.
이날 고용부의 전환계획 자료를 받아든 기자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자료에 연차별 소요 재원 내역과 관련 예산 마련 방안이 쏙 빠져 있었던 것. 당연히 기자들의 따가운 질문이 쏟아졌다.
"정규직 전환 규모가 큰 자치단체와 지방교육기관 등에 대해서는 증액된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서 필요한 예산을 끌어 올 거다." "파견·용역직은 용역업체에 주던 이윤·관리운영비 등 10~15%의 절감예산을 활용하면 될 거다." “기간제 근로자의 경우 식비 13만원, 복지포인트 40만원, 명절상여금 80만~100만원 등 복리후생비를 투입할 거다.”
고용부 관계자들의 답변은 무루뭉슬 구렁이 담 넘어가는 듯했다. 자료를 눈 씻고 뒤적거려도, 장황한 설명을 다 들어도 구체적인 재정 소요나 임금체계에 대한 내용은 끝내 나오지 않았다.
고용부는 전환계획 발표에 앞서 지난 7월부터 전국 835개 공공기관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였다. 2020년까지의 정규직 전환 규모 등 수치는 이를 통해 나온 것. 그러나 정작 정규직 전환에 다른 추가 소요 예산 내역은 공개된 바 없다. 고용부 관계자는 이유를 따져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실태조사를 벌였지만 기관마다 임금에 대한 기준이 달라 소요 예산 산출이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정규직 전환자들의 임금 체계를 기존 정규직과 같은 호봉제로 할 경우 재정 부담은 해마다 눈덩이로 불어날 것이다. 최저임금이 해마다 오를 것이라는 점도 고려에 넣어야 한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대규모 국민 혈세가 들어가는 중대사다. 정부는 구체적인 소요 재원 파악과 예산 확충 방안 마련 등에서 부족한 점을 보완하고 그 결과를 국민 앞에서 낱낱이 공개해야 할 것이다. 정책 추진에 따른 만일의 혼란과 잘못은 고스란히 국민 몫으로 돌아올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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