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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든 램지 "매운 한식엔 한국 맥주가 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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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훈 기자 작성일승인 2017-11-19 15:13 수정 2017-11-19 15:13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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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맥주가 대동강 맥주보다 맛없다고 말한 영국 기자를 만난다면 그의 엉덩이를 걷어차겠다."
미쉐린 스타 16개에 빛나는 세계적 쉐프 고든 램지의 말이다. 그는 18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가진 방한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맥주에 대한 일부 외신의 혹평을 특유의 독설로 받아쳤다. 그는 "유럽 사람들은 맵고 강한 음식에 익숙지 않아 한국 맥주가 그걸 상쇄하는 역할을 한다는 걸 모르는 것같은데, 나는 완벽한 매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램지는 그가 광고 모델로 출연 중인 오비맥주 카스 초청으로 전날 방한했다. 그는 “15년 전부터 한식 팬”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뒤 한식에 대해 "발효, 숙성의 음식이라 기대가 큰데다 식재료를 어디서든 구할 수 있어 대중화에도 적합하다"고 했다. 국내에서 유행하는 '소맥'에 대해서는 "맏딸과 함께 마셔봤다"며 "굉장히 위험한 술"이라고 했다.
- 오비맥주 광고 모델에 출연한 배경은 뭔가.
"10년 전에 싱가포르에서 요리경연 형태의 프로젝트에 참여한 적이 있다. 미쉘린 3스타들이 길거리 음식과 대결하는 컨셉트였다. 당시 경연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비판도 많이 들었지만, 길거리 문화를 체험하고 그 본질을 파악하고 싶었다. 카스 맥주의 경우에도 당시와 비슷한 점이 많다. 나는 한식을 아주 좋아한다. 한식은 과하지 않고 진정성이 있다. 그래서 한식과 가장 어울리는 1위 맥주를 세계에 보여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카스는 진한 맛의 ‘인디안 페일 에일’(IPA) 맥주가 아니다. 편안하게 친구들과 즐길 수 있는 맥주라고 생각해서 선택했다. 내가 어린 시절의 어려움을 딛고 정상에 올라온 것처럼 카스 역시 대중의 성원에 힘입어 성장해 온 맥주다."
- TV광고에서 카스를 마신 뒤 '블러디 프레시(bloody fresh)'라고 말했다. 각본에도 없던 말이라던데…
"내가 먼저 카스를 마셔보겠다고 말했다. 마셔보니까 예전에 한식당에서 맛본 것이었다. 카스는 기본적으로 큰 맥주 브랜드이기도 하고 맥주 자체에 진정성이 있는 것같다. 일주일에 3~4번 외식 하는데 광고 촬영을 하며 맛있는 음식과 함께 맥주를 즐길 수 있어서 좋았다. ‘Bloody’라는 표현은 태어날 때부터 써온 익숙한 말이라 자연스럽게 나온 것이다."
- 한식을 경험한 적 있나. 한식과 한식의 세계화 가능성에 대한 의견을 말해달라.
"한국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한식을 사랑한지는 15년이 됐다. 런던과 LA에 살 때 엄청 맛있는 한식을 먹어봤고 현재 운영하는 쉐프 팀에도 한국인 멤버가 있다. 한식에 대한 기대가 큰 건 발효와 숙성의 음식이라는 점에서다. 개인적으로 김치와 만두 등에 관심이 있다. 뉴욕에서 최근 문 연 한식 레스토랑 '꽃(COTE)'은 한식의 세계화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삽겹살, 갈비 등 고기를 구워 먹는 곳이다. 요리사가 식재료를 준비해 음식을 만드는데 16~17시간이 걸려도 받기 힘든 미쉐린 스타를 고객이 직접 고기를 구워 먹는 이 레스토랑이 오픈 반년도 안돼 받았다. 한식의 식재료는 비싸거나 특정지역에서만 있는 게 아니라 어디서든 찾을 수 있어 대중화 하기에 좋다."
- 미세린 스타 세프로 장수하는 비결은 뭐라 생각하나.
"20년 집을 담보로 200만 파운드를 빌려 고든램지 레스토랑을 오픈했다. 셰프로서의 DNA를 유지하고 싶었다. 당시 테이블 10개의 작은 레스토랑에서 월~금요일 주중에만 운영했다. 은행에서 '왜 손님이 가장 많은 토요일엔 오픈 안하나'라고 이유를 물었다. 나는 ‘월요일을 가장 바쁜 날로 만들 것이다’라고 답했다. 멋있고 맛있는 음식을 손님들에게 선보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 한국에서는 ‘소맥’이라고 해서 소주와 맥주를 말아먹는 문화가 유행이다.
"소맥은 굉장히 위험한 술이다(웃음). 두통약을 항상 가져가야 할 것같은 술이다. 젊은이들은 술을 재밌는 분위기에서 즐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딸을 둔 아빠 입장에서는 맥주든 와인이든 페이스 조절이 필요하다. 갓 대학에 들어간 맏딸이 소맥을 들고 와 한 잔 마셨는데, 둘째 잔부턴 ‘너나 마셔라’라고 했다."
- ‘한국맥주는 대동강 맥주보다 맛없다’라는 외신 기사가 화제가 적이 있다.
"너무도 거리가 먼 평가다. 유럽인들은 맵거나 강한 음식에 익숙지 않기 때문에 강한 맛을 상쇄할 맥주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안 한 것같다. 음식평론가들이 그동안 내 음식에 대해 쏟아낸 혹평을 일일이 마음에 담아 뒀다면 아마 난 이 자리에 없었을 거다. 주변의 평가에 개의치 말고 자신만의 정체성과 신념을 지켜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예전 음식 평점에서 10점 만점을 받다 9점을 받은 적 있었는데, ‘고든 램지가 감을 잃었다’고 사람들이 말하더라. 하지만 9점도 충분히 좋은 점수다. 영국 기자의 평가에 신경쓰지 않는 게 좋겠다. 만일 그가 내 옆에 있다면 엉덩이를 걷어찰 것이다."
김병훈 기자 success@succes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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