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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로또 청약’ 정부가 설명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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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훈 기자 작성일승인 2018-03-19 16:18 수정 2018-03-19 16:18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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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아파트’ 청약 열기가 뜨겁다. 서울 강남구 일원동 개포주공8단지를 재건축해 분양하는 ‘디에이치자이 개포’ 모델하우스에 구름 인파가 몰렸다. 첫날부터 예비 청약자들이 몰려 개관시간을 연장했고 16~18일 사흘 동안 무려 4만3000명이 다녀갔다고 한다.
총 1966가구 중 임대물량을 빼고 1690가구를 일반분양하는 이 단지에 이렇게 사람이 몰리는 이유는 딱 하나, 너무나도 확실한 역대급 시세차익이다. 3.3㎡당 분양가가 4160만원인데 바로 옆 새 아파트 시세는 5500만원 수준이다. 당첨만 되면 앉아서 수억 원을 번다. 수익률이 웬만한 도박판 못지않다. 너도나도 청약에 뛰어드는 게 당연하고 ‘10만 청약설’이 나돌 만하다.
집값 안정을 지상목표로 내세운 정부가 이렇게 판을 키운 건 아이러니다. 집값의 과도한 상승을 경계해 분양가를 억눌렀더니 시세차익이 더 커졌다. 다시 청약 열기를 잠재우려고 9억원 이상 아파트에 대한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중도금 대출 보증을 중단했다. 미분양 걱정이 없는 건설사들도 정부 정책에 호응한다며 건설사 보증을 중단했다. 최종적으로 돈 있는 사람만 낄 수 있는 ‘로또판’이 만들어졌다.
로또는 1000원만 있으면 누구나 낄 수 있다. 하지만 로또아파트 청약은 2021년 입주까지 수차례에 걸쳐 수억 원을 지불할 능력이 있는 사람만 낄 수 있다. 강남에서 재건축 아파트가 분양될 때마다 비슷한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이 크다. 공정성을 강조하는 정부가 부자와 건설사들만 행복한 분양시장을 만들어줬다는 비아냥이 나온다.
정부는 실수요자와 서민, 중산층에게 기회가 돌아가도록 재건축 아파트 분양시장을 정밀하게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을 귀담아들어야 한다. 동시에 눈앞의 사태에 휩쓸리지 말고 장기적인 정책을 뚝심 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싶다.
글로벌 차원에서, 모든 분야에서 양극화가 커지고 있다. 싫다 해도 없앨 수 없다. 자칫하면 달걀로 바위 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적절한 수준에서 관리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부동산 시장도 마찬가지다. 서울의 강남과 강북, 수도권과 지방에 모두 맞는 만병통치 부동산 대책은 쉽지 않다.
부동산 시장에서 정부의 영향은 크다. 업계뿐 아니라 수요자인 국민들도 정책 발표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이들의 관심은 단 하나, 정책이 장기적으로 신뢰할 만한 것인가 여부다. 의도하지 않은 부작용에 정부가 과민 반응을 보이거나 회피하지 말아야 한다. 솔직하게 설명하고 장기적인 비전을 꾸준히 설득해야 한다. 이 정부의 임기는 4년이나 남아 있다. 아직 할 수 있는 일이 많다.
김병훈 기자 hyundam@succes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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