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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바라보기] 구조조정 실패 보고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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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인성 주필 작성일승인 2018-03-09 13:49 수정 2018-03-09 13:49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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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조선해양이 결국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받게 됐다. STX조선해양은 4월9일까지 경쟁력 강화를 위한 노사 자구안 마련을 조건으로 일단 살아남았다. 정부와 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이 8일 이같은 ‘중견 조선사 처리 방안’을 내놨다.
정부와 채권단은 높은 제조원가, 기술력 부족, 저조한 수주 실적 등으로 볼 때 성동조선의 생존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판단했다. 반면 STX조선은 재무 건전성이 개선돼 신규 자금 없이도 당분간 운영이 가능한 점, 주력 선종의 시황 회복 가능성 등을 고려해 1개월 조건부 법정관리의 유예를 결정했다.
정부가 두 회사 모두 회생을 결정할 것이라는 예상과 다른 선별 처리방안이 나오자 늦었지만 큰 틀에서 구조조정의 원칙을 지켰다는 평가가 나왔다. 아울러 8년 동안 4조2000억원(성동조선), 5년 동안 6조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한 두 회사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구조조정의 시급성을 알면서도 정부와 채권단이 산업적 측면과 지역경제, 고용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한다며 시간을 끌고 또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그동안의 관행이 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구조조정에는 고통이 따른다. 수많은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고 지역경제에 큰 타격을 주는 사태다. 어느 정부도 이런 사태를 수수방관하기 어렵다. 그래서 채권단을 동원해 막대한 공적자금을 투입하며 기업회생을 시도한다. 하지만 몇 년의 시간만 허비하고 결국 문을 닫는 기업들이 많았다. 그럴 때마다 구조조정의 원칙을 지키지 못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왜 이런 일이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반복되는 것일까. 결국 실패를 통해 제대로 배우지 못한 탓이 아닐까. 두 조선사의 처리를 놓고 설왕설래하다가 며칠 지나면 조용해지는 과정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
공적자금을 투입한 기업이 문을 닫으면 정부와 채권단에 비난이 쏟아진다. 하지만 제대로 책임을 물은 사례가 드물다. 무엇이 실패를 낳았는지 객관적으로 분석한 보고서도 없다. 정부와 채권단에서 오래 관련 업무를 맡아온 관료와 직원들은 구조조정의 과정을 잘 안다. 이들이 보고서를 작성해 공개하면 정부와 채권단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이해 당사자 모두가 배울 기회가 될 것이다. 최소한 중요한 정책결정의 과정과 그런 결정의 근거가 된 자료들을 공개하고 평가해야 한다.
구조조정의 원칙을 지키라는 말도 쉽고 반면교사로 삼으라는 말도 쉽다. 일이 터질 때마다 아무리 앵무새처럼 읊어대도 아무 것도 바뀌지 않는다. 제대로 된 구조조정 실패 보고서가 필요하다.
원인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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