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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구조개편] “경쟁력 확보‧ 책임 경영” 선택한 정공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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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훈 기자 작성일승인 2018-03-29 17:59 수정 2018-03-29 17:59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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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이 28일 발표한 지배구조 개편 계획이 막대한 세금 부담을 회피하지 않고 기업 경쟁력 강화를 모색했다는 점에서 ‘정공법’이라는 긍정적 평가가 나왔다. 대기업의 지배구조 개편을 강조해온 공정거래위원회의 요구에 호응해 투명한 지배구조를 갖춤으로써 계열사들의 자율 책임경영체제를 확보한 점에 대해서도 시장이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은 ▲ 현대모비스를 정점으로 계열사를 거느리는 수직적 지배구조를 만들고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 부자가 현대모비스 지분을 매입해 직접 지배하는 방식이다.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의 고리를 끊어 경영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순환출자는 작은 지분을 가진 오너 일가가 지분을 서로 보유한 계열사들을 지배하는 고리로 기능했다. 의사결정 구조를 왜곡해 회사보다 오너 일가의 이익을 우선하고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지는 폐단의 근원으로 지목돼왔다.
개편안에 따르면 정 회장 부자는 계열사들이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을 매입하기로 했다. 기아차(16.9%), 현대제철(9.0%), 현대글로비스(5.7%)가 가진 지분을 모두 사들이면 정 회장 부자의 현대모비스 지분은 30.2%로 늘어나게 된다. 대신 정 회장 부자는 현대글로비스 지분 29.9%를 모두 기아차 등에 팔기로 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 현대차 그룹 지배구조는 오너 일가→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로 단순해진다.
지배구조를 개편하기 위한 주식 매도에 따라 정 회장 부자가 내야 하는 세금은 1조원을 훨씬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그룹은 “오너 일가가 세금 전액을 부담하기로 했다”며 “합당한 세금을 납부해 지배구조 개편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공감대를 얻을 것”이라고 밝혔다.
증권가에서는 그동안 현대차그룹이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3사를 투자부문과 사업부문으로 나눈 뒤 투자부문을 합병해 지주회사로 만드는 개편안이 유력한 시나리오로 거론돼왔다. 이렇게 하면 주식을 현물출자 해 막대한 세금을 피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이 지주회사 전환을 포기한 이유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업계는 현대차그룹의 선택이 ▲현대차와 기아차를 경쟁력 높은 완성차 계열사로 계속 유지하고 ▲대형 인수합병(M&A)을 계열사 공동으로 추진할 수 있으며 ▲지주회사에 따르는 일감몰아주기 등 규제와 대주주의 도덕성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종합적인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했다. 공정위의 지배구조 개편 압박과 대주주의 책임에 대한 사회적 요구에 적극적인 대응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공정위 김상조 위원장은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2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현대차그룹의 개편 방안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개별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에 대해서는 주주와 시장이 평가할 일”이라면서도 “현대차그룹이 필요한 타이밍에 올바른 의사결정을 내렸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삼성의 지배구조 개선 등에 대한 질문에 “시장과 사회가 요구하는 바를 삼성그룹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머지않은 시간 안에 삼성그룹이 바람직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향후 다른 그룹의 움직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거리로 떠올랐다.
김병훈 기자 hyundam@succes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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