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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평정한 승차공유 기업 그랩(Gr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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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섭 기자 작성일승인 2018-03-21 14:37 수정 2021-08-23 14:12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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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월 현대차그룹이 동남아시아의 승차공유 서비스 기업 그랩(Grab)에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이어 2월 삼성전자도 그랩과 전략적 체휴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국내 1, 2위 기업이 잇달아 손을 잡으면서 그랩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그랩은 일반 차량과 택시, 오토바이를 연결하는 승차공유 서비스로 동남아를 평정한 스타트업이다. 2012년 말레이시아에서 콜택시 서비스로 출발해 현재 8개국 주요 도시에서 하루 400만 번 이상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대중교통이 열악하고 교통체증이 극심한 주요 도시에서 교통난을 해결하면서 기업가치가 60억 달러 이상이라는 평가를 들을 만큼 성장했다.
인터넷에서 국내 여행자들이 베트남이나 태국 등에서 서비스를 이용한 경험을 소개한 내용을 쉽게 볼 정도로 그랩은 승차공유 서비스의 대명사가 됐다. 동남아 승차공유 시장은 2016년 204억달러(약 22조원)에 달했고 2021년이면 279억달러(약 30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이 2014년 2억5000만달러를 투자해 최대주주가 된 것도 성장 잠재력을 높이 본 까닭이다.
블룸버그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그랩의 창업자 안토니 탄은 동남아 사람들이 겪는 고통을 줄이기 위한 아이디어로 사업을 시작했다. 대중교통이 절대 부족하지만 도로는 복잡하며 택시 잡기는 어려운데다 바가지 요금도 많고 여성들에게 안전하지도 않아 불편하다. 반면 택시 기사들도 빈 차로 거리를 도느라 돈을 벌지 못했다.
탄은 콜택시 앱을 들고 공항이나 쇼핑몰, 주유소 등을 찾아다니며 택시 기사들을 만났다. 고개를 갸우뚱하던 기사들을 손님과 택시 기사 모두에게 이익이라는 말로 설득했다고 한다. 입소문이 나면서 그랩택시가 인기를 끌어 2년 만에 참여 택시기사가 2만5000명으로 늘었다. 그다음은 탄탄대로였다. 2013년 필리핀과 싱가포르, 태국에 진출하고 2014년에는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택시뿐 아니라 차량 공유, 카풀, 오토바이, 운송 등으로 서비스를 확장하면서 5년 만에 세계 1위 우버를 제치고 동남아 시장을 장악했다.
앞으로 자동차 시장의 패러다임이 ‘개인 소유와 운전자 주행’에서 ‘공유와 자율주행’으로 바뀔 것이라는 전망이다. 손정의 회장은 지난해 12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사람들이 이동하는 방식이 30~50년 안에 모두 바뀔 것"이라며 "자율주행차 시대에 대비해 차량공유 플랫폼을 확보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현대와 도요타를 비롯해 벤츠, GM, BMW 등 자동차 회사들과 구글, 소프트뱅크 같은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대거 전략적 투자에 나서는 것도 이런 전망 때문이다.
그랩의 성공 사례는 한국의 현실을 되돌아보게 한다. 택시는 잡기 힘들고 불편한데 요금 인상 이야기만 나온다. 승차공유는 불법으로 몰려 퇴출됐고 카풀 서비스는 제한이 많다. 최근 대통령 직속 4차산업위원회가 택시업계와 카풀 스타트업 간 갈등 해소를 위해 추진한 ‘규제 ‧ 제도혁신 해커톤’은 택시업계의 불참으로 열리지도 못하고 있다.
물론 동남아의 상황은 한국과 다르다. 도시교통이 동남아처럼 엉망이었다면 시민들이 정부라도 뒤엎었을 것이다. 교통난이 극심한 동남아 국가들은 승차공유를 수요에 따른 서비스로 인정했다. 한국은 아직 규제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전면 규제, 전면 개방 식의 해법이 아니라 ‘수요에 따른 서비스’와 미래의 교통시장 변화를 고려해 융통성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
송강섭 기자 successnews@succes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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