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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과도한 주가급등 고백한 CEO의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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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섭 기자 작성일승인 2018-04-21 15:06 수정 2018-05-03 19:26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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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회사 주가가 너무 올랐다"는 한 바이오 상장사 최고경영자(CEO)의 '고백'이 잔잔한 여운을 남기고 있다. 회사의 주가는 CEO의 이 같은 발언 뒤 폭락을 면치 못했지만 적지않은 사람들이 용기있는 행동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줄기세포 바이오 벤처 안트로젠은 지난 18일 서울 가산동 본사에서 기관투자가 40여 명을 불러 모아 기업설명회(IR)를 열었다. 이 회사 이성구 대표는 IR에서 "지금 우리 제품이 이미 승인됐다는 루머가 돌고 있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 대표는 "하지만 우리 줄기세포치료제 임상시험은 환자 등록 등 일정이 수개월 늦춰지고 있다"고 사실을 털어놨다. 그는 "성과와 무관한 주가급등은 원하는 바 아니다"라고도 했다.
안트로젠은 지난해 7월과 10월 한국과 미국에서 신약 임상 3상과 2상을 각각 승인 받았다. 그러나 미 식품의약국(FDA)의 요구 기준에 맞춰 임상을 재설계하느라 임상 환자 등록 등 일정이 수개월씩 순연되고 있다. 그런데도 지난해 말 4만6000원이던 주가는 지난 16일 장중 23만8000원을 터치하는 등 고공행진을 했다. 이 대표가 IR을 개최한 배경이다.
사실 주가가 급등했다 하더라도 이를 CEO가 직접 공개적으로 밝히기는 쉽지않다. 잘못을 바로잡는다 하더라도 큰 용기가 필요하다. 자신의 회사에 투자한 숱한 사람들이 눈에 밟힐 수도 있다.
이 대표의 고백성 폭로는 코스닥에서 바이오 거품론이 일고 있는 와중에 나왔다. 이 대표가 IR을 개최한 같은 날,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바이오주가 지나치게 고평가됐다"고 경고하는 보고서를 냈다. 한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최근 코스닥 상승세는 일부 바이오주의 무차별적 주가 급등에 따른 것"이라며 "파티가 끝나간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CEO의 고백 이후 안트로젠은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 주가는 사흘 내리 폭락해 33%포인트 넘게 떨어졌다. 투자자들의 항의가 빗발쳤을 것이다. 낙폭이 예상외로 커서 회사 측조차 당혹스러워 하는 눈치다.
바이오 거품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한병화 연구원조차 보고서에서 "바이오와 무관한 회사라도 바이오 사업에 진출한다고 발표만 하면 어김없이 주가가 고공비행한다"고 밝혔을 정도다. 그렇잖아도 어이없는 '배당 사고'와 '물벼락 갑질' 등 사태로 일부 기업이 여론의 뭇매를 맞으며 기업 이미지가 추락하고 있다. 한번 땅에 떨어진 기업 이미지는 좀처럼 만회가 쉽지않을 것이다. 그러나 떨어졌다가도 다시 오르는 게 주가다. 최근 한진그룹, 안트로젠 등 일부 기업 경영진의 말과 행동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다.
송강섭 기자 successnews@succes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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