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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25년 전 가격으로 과징금 낸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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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훈 기자 작성일승인 2018-03-05 15:18 수정 2018-03-05 15:18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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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징금 부과 대상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27개 차명계좌에 금융실명제 시행 당시(1993년 8월12일) 잔액이 약 61억8000만원으로 확인됐다. 5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추산액이다. 금융감독원은 2월19일부터 3월2일까지 '이건희 차명계좌 과징금 부과TF(태스크포스)'를 운영해 잔액 정보를 확인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27개 계좌에는 대부분 주식, 주로 삼성전자 주식이 있었다. 이 주식을 1993년 8월12일 기준으로 가치를 매기면 약 61억8000만원이다. 실명제 시행 당시 잔액의 절반을 부과하는 법에 따라 이건희 회장이 내야할 과징금은 약 30억9000만원으로 추산된다.
그런데 이 주식을 올해 2월 기준으로 가치를 계산하면 약 2365억원이 된다. 당연히 25년 전에 냈어야할 과징금을 이제야 받는데 왜 25년 전 기준으로 받을까 의문이 생긴다. 흔히 적용하는 법정이자도 받지 않는다.
답은 불법에 무척 관대한 법령 때문이다. 그리고 금융당국을 포함해 어느 누구도 얼마든지 예상할 수 있는 이런 문제를 제기하고 법을 개선하지 않아서다. 실명제 시행 이후에도 계속 차명계좌를 유지하는 불법 행위에 대한 징벌제도를 전혀 마련하지 않았다.
이건희 회장의 차명 계좌는 약 1400여 개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2008년 삼성특검과 금융감독원이 찾아낸 게 1229개, 2011년 삼성이 자체 파악해 국세청에 신고한 게 200여 개다. 이 중 금융실명제 실시 이전에 만들어진 계좌가 문제가 된 27개 계좌다.
금감원은 당초 이 27개 계좌가 과징금 부과 대상이 아니라고 하다가 2월12일 법제처가 부과 대상이라는 법령 해석을 내리고 나서야 TF를 만드는 등 부산을 떨었다.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 과연 금융당국 만의 탓일까.
김병훈 기자 hyundam@succes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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