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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대전환 시대] ③ 미국 혼선이 중국 불러 들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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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제 편집위원 작성일승인 2018-05-09 14:05 수정 2018-05-17 17:31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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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박한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며칠 사이 미국과 북한, 중국에 이란까지 뒤엉켜 주변 정세가 긴박하게 돌아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일부터 몇 차례 북미정상회담 날짜와 장소를 정했다면서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채 뜸을 들여 북미 간 협상이 난항을 겪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미국은 최근 비핵화와 관련해 북한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여갔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영구적 비핵화’(PVID)를 꺼내들며 기존의 ‘완전한 비핵화’(CVID) 개념을 대체하는 것처럼 말했고,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생화학무기를 포함한 대량살상무기(WMD)와 탄도미사일의 폐기를 제시했다. 미 국무부는 5일 인공위성 발사도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거들었다.
북한은 반발했다. 6일 외무성 대변인을 통해 “상대방을 자극하는 행위는 대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정세를 원점으로 되돌리려는 위험한 시도”라고 맞섰다. 북미정상회담 일정이 곧 발표될 예정이어서 큰 틀에서 합의가 이루어졌다는 관측과 그렇지 않다는 관측이 엇갈린다.
이런 와중에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8일 중국 다롄으로 날아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전격 회동을 가졌다. 중국과의 우호관계를 활용해 미국의 압박을 견제하겠다는 의도가 명백했다. 북한과 미국이 서로 긴장을 높이는 신경전이 치열해지며 북미정상회담의 성사 여부마저 불확실하다는 비관적인 전망까지 나왔다.
9일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평양으로 날아가며 다시 드라마가 반전됐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란과의 국제 핵협정에서 일방적 탈퇴를 선언했다. 임박한 북한과의 정상회담을 앞둔 협상용 목적도 있다는 해석이 나왔지만 반드시 그렇지도 않다. 이란 핵문제를 들쑤셔놓았으니 북한과 타결에 이르지 못하면 전 세계를 전쟁공포로 몰아간 미치광이라는 비난을 피할 길이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난감해하는 유럽 동맹국들에게 “나는 전임 오바마 대통령과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북한과의 협상을 성공시켜야 한다. 폼페이오 장관이 평양행 비행기에서 ‘영구적 비핵화’(PVID)에서 ‘완전한 비핵화’(CVID)로 되돌아간 듯한 발언을 한 것도 북한과의 의견 차이를 좁히려는 움직임을 시사한다.
미국은 오랫동안 북한에 ‘완전한 비핵화’(CVID)를 요구해왔다. 그리고 북한이 이를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그러면 미국은 ‘완전한 비핵화’(CVID)에 집중했어야 했다. 국제관계에서 협상을 앞두고 의제를 바꾸겠다고 나서는 것은 스스로의 무능을 드러낼 뿐이다. 북한을 믿기 어렵다면 철저한 CVID 실행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북한 역시 비핵화에 동의했다가 반군에게 죽임을 당한 리비아 카다피의 사례에서 배워 미국을 믿지 못한다.
김정은 위원장은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에서 북미 협상으로 모든 문제를 속전속결하려는 의지를 보였다. ‘차이나 패싱’이라는 말이 나온 것도 그 때문이다. 결국 미국이 비핵화와 관련 없는 이런 저런 문제를 거론하면서 김정은 위원장을 중국 쪽으로 밀어냈다. 김정은 위원장이 원하던 미국과의 담판을 중국이 한 몫 끼는 모양새로 돌려놓은 것이다. 미국의 실책이다.
그래도 전망은 비관적이지 않다. 이란과의 핵협정 탈퇴로 트럼프 대통령도 이제 북한과의 협상 테이블을 쉽게 떠날 수 없게 됐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미국으로 돌아가고 북미정상회담의 날짜와 장소가 발표된다면 이미 절반은 성공한 회담이다.
오히려 이달 22일 백악관을 방문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미국이 CVID 실행을 명분으로 불필요하게 북한을 몰아세우지 않게 하고, 또 남북 평화체제의 비전을 제시하면서 미국을 온전히 믿지 못하는 북한의 불안을 해소해 나가야 한다. 바야흐로 ‘한반도 운전자론’의 실체를 보여줄 때다.
전국제 편집위원 successnews@succes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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