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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길끄는 알앤디] 지위, 실력 비슷할수록 더 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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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섭 기자 작성일승인 2018-04-20 16:47 수정 2021-08-20 15:59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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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갈등은 권력자-시민, 사용자-노동자처럼 정체성이 서로 다른 집단 사이에서 발생이 잦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살인, 폭력 등 생명을 위협할 정도의 심각한 갈등으로 범위를 좁히면 지위나 실력 등 사회적 위치가 비슷할수록 갈등이 더 잦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같은 사실은 카이스트(KAIST) 문화기술대학원 이원재 교수 연구팀이 지난 45년 간 포뮬러원 자동차 경주에서 발생한 사고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서 드러났다. 분석 결과, 사회적 지위나 정체성이 비슷할수록 폭력이나 갈등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 같은 갈등은 사람들 간 나이가 비슷하거나 실력이 뛰어날수록, 날씨가 좋을수록 더 깊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살인, 폭력 등 특정 상대를 향한 커다란 증오 등은 비합리적이고 우발적인 감정이 바탕이 되는 것으로 보고됐다. 또 사회적 관계 사이의 갈등은 지위나 경제적 능력 등에서 차이 나는 서로 다른 정체성을 가진 집단 간에 발생이 잦다고 여기기 쉽다.
그러나 포뮬러원 사고 데이터에 대한 분석 결과는 딴판이었다. 사회적 행위자 간 갈등의 원인에는 체계적이고 구조적인 규칙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사회적 지위와 정체성이 비슷할수록 폭력적이고 파국에 가까운 갈등이 발생할 확률이 더 높았다.
이는 나와 비슷한 상대방으로 인해 자신의 지위나 정체성에 대한 모호함이 발생하면 자신의 사회적 위치에 대한 확신이 떨어지고 이 같은 감정에서 벗어나기 위해 상대방을 공격하게 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한 기존의 연구들은 대부분 제한된 인간 집단이나 동물을 대상으로 한 뇌과학이나 생화학적 지표를 통해서만 이뤄졌다. 그래서 인간관계와 그 관계로부터 만들어지는 정체성의 영향력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파악하기가 어려웠다.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이원재 교수팀은 F1 경기를 통해 형성된 인간 행동 데이터를 이용해 인간의 사회적 정체성 유사도를 수치화 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지난 45년간 F1 경기에 출전했던 355명 사이에서 발생한 총 506회의 충돌 사고 데이터를 분석했다. 연구팀은 천적 관계 등 개별적 우열 관계를 토대로 선수별, 시즌별 프로파일을 구성했다.
분석 결과, 선수 간 프로파일이 비슷할수록 서로 충돌 사고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았다. 선수 간 프로파일 유사도가 10% 올라갈 때마다 충돌사고의 위험은 18%씩 높아졌다.
랭킹이 1, 2위로 비슷한 경우 잦은 만남이 잦은 갈등의 원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연구팀 이런 조건을 보정해 데이터를 분석했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그런데 왜 이 교수팀은 스포츠 경기인 F1 데이터를 분석 대상으로 삼았을까. 이에 대해 이 교수는 "회사나 조직에서의 경쟁관계나 우위는 데이터를 구하기가 쉽지 않은 반면, 스포츠는 종속변수로 삼는 선수의 성과가 굉장히 객관적으로 기록된다"고 이유를 말했다.
이번 연구는 결과는 경쟁이 일상화된 시장이나 조직에도 적용이 가능하다. 조직 내에서 극한의 갈등이 발생할 수 있는 사회구조적 조건을 밝힌다면 갈등으로 인한 사고 방지를 위한 제도 및 체계를 설계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폭력으로 인한 갈등은 개인적이고 비합리적이며 즉흥적인 행위이다. 이에 따라 개인의 폭력적 행동과 사회를 연결시키려는 이론적 시도는 매우 드물었다. 이런 가운데 나온 이번 연구는 살인이나 폭력과 같은 파괴적인 행위의 원인이 개인적 원한이나 욕망이 아닌 사회적 구조와 관계 안에 있다는 것을 밝혔다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이번 연구는 독일 ESMT 매튜 보트너 교수, 프랑스 INSEAD 헤닝 피에준카 교수, 미 재무부의 리처드 헤인즈 박사와 공동연구로 이뤄졌다. 연구 성과를 담은 논문은 미 국립과학원회보(PNAS) 3월 26일자에 실렸다.
송강섭 기자 successnews@succes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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