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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길끄는 알앤디] 소유나 집착 욕구는 뇌 전시각중추의 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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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섭 기자 작성일승인 2018-03-17 15:42 수정 2021-08-20 15:53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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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동물에게는 다양한 사물을 탐색하고 가지려는 욕구가 있다. 이런 욕구는 먹이 등 필요한 물건을 획득하도록 자극해 생존을 도울 뿐 아니라 경제활동 등의 동기로도 작용한다. 그러나 이는 본능이므로 조절이 어려워 때론 잘못된 습관이나 질병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부족함이 없는 유명 인사가 남의 물건을 습관적으로 훔치는 도벽, 쓸모 없는데도 자꾸 물건을 모으는 수집 강박증이나 쇼핑 중독 등이 대표적이다. 물건에 대한 지나친 집착은 정신병으로 분류되고 있음에도 그 원인에 대해서는 뚜렷이 밝혀진 바 없었다.
이런 가운데 KAIST 김대수(생명과학과)·이필승(기계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뇌의 시상하부를 이루는 전시각중추(MPA, Medial preoptic area)가 이 같은 욕구를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밝혔다고 17일 대학 측이 밝혔다. 연구팀은 전시각중추 신경을 활용해 동물의 행동과 습관을 조절할 수 있는 기술을 함께 개발해냈다.
연구팀은 동물시험에서 한 쥐에게는 장난감을 갖고 놀게 하고, 또 다른 쥐에게는 물체를 주지 않은 뒤 이들 쥐의 뇌 상태를 분석했다. 그 결과 쥐의 뇌에서 MPA(전시각중추) 신경회로가 활성화됨이 관찰됐다.
광유전학을 이용해 빛으로 MPA를 자극하는 또 다른 시험을 진행했다. 그랬더니 쥐가 물체 획득을 위해 집착하는 이상 행동을 보였다.
연구 결과, MPA신경이 수도관주위 회색질(PAG, Periaqueductal gray)로 흥분성 신호를 보내 집착 행동을 만들어낸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연구팀은 이에 관여하는 뇌 부위를 'MPA-PAG 신경회로'라고 이름 지었다.
쥐는 먹이가 아닌 물체에도 반응하는 놀이행동의 행태도 보였다. 연구팀이 쥐의 MPA-PAG 회로를 자극하자 귀뚜라미 등 먹잇감에 대한 사냥행동이 증가하는 것을 나타났다. 김대수 교수는 이에 대해 "물체를 갖고 노는 것이 먹이 등 유용한 사물을 획득하는 행동과 동일한 신경회로를 통해 나타남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어린 동물이 물체를 가지고 노는 것이 사냥 등 생존에 유용한 기술을 획득하는 것과 깊은 관련이 있다는 뜻이다.
MPA가 물건에 대한 집착 및 소유욕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밝힌 연구팀은 이번에는 이런 욕구를 조절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에 나섰다. 먼저 생쥐 머리 위에 좌우로 움직이는 물체를 달았다. 그런 다음 무선으로 물체가 움직이도록 조종하는 동시에, MPA-PAG 신경회로를 자극해 생쥐가 눈앞의 물체를 따라가도록 유도했다. 이는 고등동물인 포유류의 행동을 원하는 방향으로 조종하는 기술로, 연구팀은 '미다스(MIDAS)'라고 명명했다.
이필승 교수는 미다스에 대해 "동물의 탐색 본능을 활용해 동물이 스스로 장애물을 극복하며 움직이도록 하는 일종의 자율주행 시스템"이라면서 "뇌-컴퓨터 접속 기술의 중요한 혁신"이라고 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수집 강박, 도벽, 게임중독 등 정신질환 치료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또 미다스 등 이번에 개발된 뇌-컴퓨터 접속 기술은 국방, 재난 구조 등에 활용될 수 있을 전망이다.
이번 연구는 신경과학과 시스템 공학의 만남이 이뤄낸 융합 연구의 성공 사례라는 점에서도 관심을 끈다. 생명과학 전공 박세근 박사는 전시각중추가 물건에 집착토록 하는 회로임을 밝혔고, 기계공학 전공인 김대건 박사는 컴퓨터 프로그래밍과 동물 무선제어에 큰 기여를 했다.
송강섭 기자 successnews@succes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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