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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76년 무노조 경영’ 흔들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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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섭 기자 작성일승인 2017-11-06 14:43 수정 2017-11-06 14:43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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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노조 경영’을 표방하는 삼성에서 첫 기업별 노조(단위노조)가 설립됐다. 삼성웰스토리 노조가 단위노조 설립 신고증을 받아 든 것이다. 이로써 지난 76년 간 이어 온 삼성의 ‘무노조 경영’ 원칙이 중대 기로를 맞게 됐다.
6일 노동계에 따르면, 삼성웰스토리 노조는 중부지방고용노동청 경기지청에 노조 설립 신고서를 제출해 단위노조 신고증을 교부 받았다. 이 노조는 민주노총 금속노조 산하 민주노조다.
삼성웰스토리는 위탁급식과 식자재 유통 전문 업체로, 삼성에버랜드 유통사업부 소속이었다가 에버랜드와 제일모직 패션사업부의 합병 때 독립 법인으로 분리됐다. 직원은 대다수를 이루는 조리사와 영양사 등 총 3000여 명(파견업체 근로자 포함 1만 2000여명)이다.
삼성웰스토리 노조는 지난 4월 출범했다. 이어 지난 달 24일 단체교섭을 요구하는 공문을 사측에 보냈고, 이달 1일 단체교섭권을 가질 다수노조임을 공식 확인 받았다.
이 회사에는 지난 9월 한국노총 산하 또 다른 노조가 결성됐다. 사측은 1일 두 노조에 대한 '단체교섭 요구노조 통지’에서 "금속노조 산하 노조의 조합원이 64명으로, 한국노총 산하 노조의 45명보다 19명(42%)이 많다"고 공고했다. 금속노조 산하 노조가 다수노조임을 공식 확인한 것이다.
현행 노조법은 한 회사 내 노조가 2개 이상인 경우 사측이 단체교섭을 요구하는 노조를 공고해 조합원 수가 가장 많은 다수노조를 확인토록 하고 있다. 다수노조는 단독으로 단체교섭권을 행사할 수 있다. 또 기업별 단위노조는 독자적인 단체교섭권과 체결권, 단체행동권을 행사할 수 있는 반면, 산업별 지회는 일반적으로 상급단체가 교섭권을 행사한다.
이에 따라 이르면 이달 내 삼성웰스토리 사측과 노조 간 임금 등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교섭이 시작된다.
그동안 일부 삼성 계열사에 노조가 설립됐으나 다수노조의 지위를 확보하고 회사와 단체교섭까지 가는 건 삼성웰스토리가 회사 사상 처음이다. 2015년 삼성토탈이 노조와 단체교섭을 벌인 바 있지만 당시는 한화그룹과 회사 매각협상을 마친 뒤여서 실질적인 교섭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삼성웰스토리 노조는 사무 공간 마련과 전임자 지정 등을 놓고 사측과 교섭을 진행할 예정이다. 단체협상에서는 내년도 임금을 올해 최저임금 인상률(16.4%) 이상으로 올리도록 요구할 것으로 전해졌다.
현행 법에 따르면 근로자 과반수가 노조에 가입해야 교섭 결과가 전체 직원에게 적용된다. 하지만 삼성웰스토리 민주노조는 조합원이 전체 근로자의 3%에 미치지 못하므로 교섭 결과는 조합원에게만 적용된다. 나머지 직원은 노사협의회를 통해 별도 협상을 진행해 임금 인상 폭 등을 결정한다. 노조와 사측의 교섭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삼성웰스토리 노조 설립 과정에서 회사 측의 방해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웰스토리는 '공정경쟁'을 정책 기조로 하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설립된 첫 독립적인 단위노조이기도 하다.
이번 단위 노조 설립과 단체교섭권 행사도 초유의 일이지만 무엇보다 그룹 내 다른 계열사로 움직임이 확산될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다른 계열사로 확산은 삼성이 지난 76년 간 지켜 온 ‘무노조 경영’ 방침이 깨짐을 뜻하기 때문이다. 다만 삼성웰스토리 노조는 조합원 수가 적어 영향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현재 삼성 내에는 삼성물산, 삼성화재, 삼성에스원, 삼성엔지니어링, 삼성SDI 등 총 7개 계열사에 노조가 있다. 이들 노조는 대부분 산업별 지회 형태다.
송강섭 기자 successnews@succes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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