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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길끄는 알앤디] 계산·기억 동시 수행 광컴퓨팅 소자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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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섭 기자 작성일승인 2018-03-02 13:22 수정 2021-08-18 13:30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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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뇌는 데이터를 저장하는 부분과 연산을 담당하는 부분이 공존하는 형태다. 이에 비해 컴퓨터는 이 둘이 분리돼 있다. 만일 컴퓨터가 인간의 뇌처럼 저장과 연산을 담당하는 부분이 공존하는 구조라면 정보 전송 시 계산까지 하면서 빠르게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바로 사람의 두뇌 신경을 모방한 광컴퓨팅의 원리다. 국내 연구진이 최근 신경세포의 시냅스를 인공적으로 재현한 '광 시냅스 모방소자' 개발에 성공했다. 이로써 데이터 저장과 생각(연산)이 동시에 가능한 신경모방 광컴퓨팅 기술 개발에 한 걸음 더 다가서게 됐다.
김승환 바이오의료IT연구본부장이 이끄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연구팀이 그래핀과 광통신 기술을 접목한 광 시냅스 모방소자의 핵심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고 연구원 측이 2일 밝혔다.
ETRI 연구진은 인간 두뇌를 닮은 컴퓨터 칩 개발을 위해 인간 뇌 구조의 장점을 살리기로 하고, 전기적 또는 광학적인 자극에 의한 광 스위칭 소자의 이력현상을 제어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이력현상(hysteresis)이란 물리량이 이전에 그 물질이 거쳐 온 상태의 변화 과정에 의존하는 것을 말한다.
연구팀은 먼저 전기적인 방법으로 저항을 바꿔가면서 신호를 줄 경우 저항을 인식해 계산이 가능하도록 했다. 하지만 회로가 복잡해지자 간섭이 생겨 집적도를 높이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에 따라 연구팀은 광학적인 접근법을 택했다. 전기회로를 광회로로 바꾼 것이었다. 이 같은 방법으로 광저항성 메모리를 만들었다. 이력현상을 활용해 빛의 다양한 파장을 통한 연산도 가능토록 했다. 연구팀이 만든 광메모리 소자는 20㎛x20㎜ 크기로, 향후 수백 나노미터(㎚)로 키워 칩 형태로 고집적을 이룰 예정이다.
광 시냅스 모방소자는 전자형 시냅스 모방소자와 달리 채널 간 간섭이 없고 소비전력이 낮다. 또 빛의 다양한 파장을 사용할 수 있어 동시다발적인 연산이 가능하다. 이 소자는 향후 정보전송 목적의 광통신에 칩 형태로 내장해 계산을 하면서 동시에 정보를 보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른바 광 시냅스 컴퓨팅, 신경모방 광컴퓨팅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사람이 사물을 보고 인식하는 데는 보통 0.06초 안팎의 시간이 걸린다. ETRI는 상용화를 통해 광컴퓨팅이 가능하게 되면 저전력으로도 훨씬 더 빠른 인식 속도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이에 따라 패턴인식, 음성인식 등 기술 진보에 획기적인 전기를 가져올 것으로 점쳐진다.
연구팀은 기술 개발을 위해 그래핀 위에 전도성 액체의 일종인 이온젤을 발랐다. 이어 수직 방향으로 광신호를 보내 전원을 꺼도 정보가 유지되도록 했다. 이것이 어떻게 가능할까. 그 비밀은 이온젤(이온 전도성 액체가 고분자 중합체 매트릭스 내부에 고정된 고체 전해질)에 숨어 있다. 연구팀은 "이온젤 내부에 있는 전자 또는 홀이 전원을 껐음에도 그래핀 내에 잡혀 있어 마치 형상을 기억하는 것처럼 출력 정보를 유지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 같은 과정을 통해 광저항성 메모리를 제작해 생물학적 시냅스를 흉내낸 광학 소자를 만들 수 있었다. 향후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광통신에 접목을 하게 되면 광학적 연산기 제작을 통해 광컴퓨팅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ETRI는 밝혔다.
김승환 ETRI 바이오의료IT연구본부장은 "이번에 개발한 광 시냅스 모방소자를 기존의 초고속 광통신 기술과 접목해 생물학적 뇌 기능을 인공적인 광학기술로 모방하는 신경모방 광컴퓨팅 기술 개발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연구팀의 최종 목표는 스스로 생각하는 칩을 만드는 것이다. 기존의 생각하는 로봇들이 이미 프로그래밍화 된 로봇이었다면, 실제 생각하는 로봇 개발에 도전하는 것이다.
광 시냅스 모방소자를 기반으로 하는 신경모방 광컴퓨팅 기술은 기존의 전기적 시냅스 모방소자에 비해 낮은 간섭과 소비전력, 높은 집적도 및 빠른 동작 반응 속도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예컨대 메모리와 연산기가 분리된 기존의 컴퓨팅 방식에서는 사진을 볼 때 픽셀 단위로 인식한다면, 광컴퓨팅 방식은 동시다발적 연산이 가능해 사진 전체를 한 번에 인식할 수 있게 되는 원리다.
연구팀은 이번에 개발된 광 시냅스 원천 소자와 나노 광원, 나노 광검출기 등이 단일 칩에 고밀도로 집적된 온-칩 광 시냅스 회로 개발에도 나설 계획이다.
이번 연구논문에는 ETRI 김진태 박사(제1저자) · 최홍규 박사, 성균관대 최용석 박사과정 · 조정호 교수(공동저자)가 함께 참여했으며, 연구 성과는 미국화학회 나노분야 국제학술지 '응용재료 인터페이스(AMI)' 온라인판 지난달 17일자에 실렸다.
송강섭 기자 successnews@succes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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