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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길끄는 알앤디] 단백질, 진화 과정서 '유연한 띠' 만들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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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섭 기자 작성일승인 2018-05-31 12:51 수정 2018-05-31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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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IST 단백질연구 극성 아미노산의 증가와 단백질 기능 간 상관관계 890.jpg
아래층의 구들로 이뤄진 평면은 무극성 아미노산(파랑)과 극성 아미노산(빨강)으로 이뤄진 단백질 모형이다. 진화의 약 100만 가지 경우의 수 평균을 나타냈다. 진한 빨간색인 아미노산은 모든 경우에서 돌연변이가 발생했고, 흐릿한 빨간색 아미노산은 일부 경우에서만 돌연변이가 발생했다. 이에 따른 기능 적합성 변화량을 그래프로 나타낸 것이 위 평면이다. 극성 아미노산(빨강) 중심으로 적합성이 변했다. ⓒUNIST

 


츠비 틀루스티 울산과학기술원(UNIST) 자연과학부 특훈교수(IBS 첨단연성물질 연구단 그룹리더)가 단백질의 진화 과정을 설명하는 새로운 가설을 내놨다고 대학 측이 31일 밝혔다. 단백질이 고유의 기능을 하는 데 필요한 움직임(경첩 운동)을 하도록 진화하는 과정에서 유전자가 '유연한 띠(shear band)'를 만들어냈다는 게 가설의 골자다.


단백질은 수많은 아미노산이 결합해 고유의 기능을 수행하는 일종의 '분자기계(molecular machine)'다. 단백질 분자들은 크게 뒤틀리거나 굽는 움직임을 통해 소화 효소, 호르몬 등 고유 기능을 수행하는데, 이런 움직임을 '경첩운동'이라 한다. 경첩운동을 하려면 단백질 전체가 구부러질 수 있어야 한다. 즉 유연한 띠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단백질이 많이 진화될수록 유연한 띠가 더 발달됐다고 보면 된다. 


츠비 틀루스티 교수는 "초기 단백질은 단단한 무극성의 아미노산 결합으로만 이뤄져 경첩운동이 불가능했다"며 "세대를 거듭하자 단백질에 무극성 아미노산 일부가 극성 아미노산으로 변형되는 돌연변이가 나타났고, 이들이 가진 유연한 성질이 진화를 거치면서 경첩운동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무극성 물질은 분자 모양이 대칭을 이루지만, 극성 물질은 분자 모양이 비대칭이다. 결합력도 극성 물질이 비교적 약한 편이다. 


틀루스티 교수의 가설에 따르면 극성 아미노산 결합이 나타난 단백질은 조금씩 유연성을 갖게 됐고 진화를 거치면서 단백질의 중심이 극성 아미노산으로 바뀌었다. 결국 극성 아미노산이 유연한 띠를 이루면서 경첩운동이 가능해지고 비로소 단백질이 각종 기능을 수행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단백질 기능에 대한 접근법을 달리함에 따라 얻은 성과다. 즉 기존처럼 아미노산 구조에 주목해 단백질의 기능을 살핀 게 아니라 단백질 자체를 진화하는 아미노산 연결체로 가정하고 시뮬레이션 작업을 진행한 것이다. 그 결과 시간의 흐름에 따른 진화 과정을 짚어가며 단백질의 기능 발달을 살필 수 있었다.


연구진은 단백질 진화 모형을 만들기 위해 연구진은 200여 개의 아미노산을 극성과 무극성의 두 종류로 단순화했다. 초기에는 무극성 아미노산으로만 이뤄진 ‘기능 없는 단백질’에서 시작해 한 세대에 하나씩 돌연변이가 나타나도록 시뮬레이션을 설계했다. 또 적자생존 법칙에 따라 기능이 떨어지는 경우 도태시키는 진화 전략을 시뮬레이션에 반영했다. 돌연변이가 단백질의 유연한 띠를 따라 발생하면 기능이 생겨 돌연변이가 유지되는 원리다.


UNIST 단백질의 경첩운동과 유연한 띠.jpg
단백질의 모식도. 푸른 색 부분은 무극성 아미노산으로 이뤄져 단단한 결합을, 붉은 색 부분은 극성 아미노산들이 약한 결합을 한다. 붉은 색 띠 부분이 유연하게 구부러지는 경첩 운동을 하면서 단백질이 맡은 고유의 기능을 한다. ⓒUNIST

 

틀루스티 교수는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이번에 설계한 단백질 모형은 약 1000세대 후에 기능을 가졌고, 약 100만 가지의 경우의 수로 진화했다”며 “극성 돌연변이도 무작위로 생기는 게 아니라 세대를 뛰어넘어 경첩 운동의 핵심이 되는 띠를 형성한다는 사실도 새롭게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런 결론은 단백질 진화 과정을 분석하면서 극성 아미노산으로 등장한 돌연변이가 멀리 떨어진 다른 무극성 아미노산에도 돌연변이를 일으킴을 발견했기 때문에 내려졌다. 이 돌연변이는 유연한 띠를 따라 발생하는 경향이 관찰됐으므로 경첩 운동의 핵심이 되는 띠를 형성한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또 연구진은 단백질 모형에서 나타난 현상이 ‘유전자 간 원거리 상관관계’와 매우 유사함을 발견했다. 유전자 간 원거리 상관관계는 멀리 떨어진 유전자들은 보이지 않는 상호작용으로 아미노산 형성에 영향을 끼치는 것을 말하는데, 이것이 실제 단백질 구조와 기능을 어떻게 바꾸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었다.


틀루스티 교수는 이번 연구 성과에 대해 “단백질 진화 모형으로 유전자와 단백질 기능 사이의 관계를 확인하고 실질적인 단백질 기능을 반영한 진화 모형을 제시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이번 진화 모형은 단백질 기능과 유전, 진화를 한 모델로 설명한다는 점에서 최초“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진화는 단백질이 기능하는 방법을 매우 효과적으로 찾아낸다”며 “앞으로는 이 연구를 단순한 모델이 아닌 실제 단백질에 적용하는 방법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미국 록펠러대, 스위스 제네바대와 공동으로 진행했으며, 연구 성과를 담은 논문은 미국국립과학원회보 회보(PNAS) 5월 1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송강섭 기자 successnews@succes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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