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튬 기반 이차전지 음극재료에 비해 40%가량 값싸고 수명은 1.5배 긴 나트륨 기반 이온전지용 음극 소재가 개발됐다. 이 소재는 나트륨 이온전지의 상용화를 크게 앞당길 것으로 기대된다.

10일 카이스트 등에 따르면, 나트륨 기반 음극 소재는 카이스트 신소재공학과 육종민 교수와 이정용 명예교수(전 기초과학연구원 나노물질 및 화학반응연구단)의 공동연구로 개발됐다. 카이스트 박재열 박사과정과 기초과학연구원 김성주 박사가 공동 1저자로 연구에 참여했다.

현재 리튬 이온전지는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폭넓게 쓰이고 있다. 휴대폰, 노트북, 전기차를 만드는 데도 필수다. 하지만 리튬의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게 문제다. 매장량과 매장지역이 한정돼 있어서다. 리튬 가격은 최근 3년 새 3배 이상 폭등했다. 

나트륨은 이 같은 리튬의 대안으로 주목 받는다. 리튬은 지표면의 0.005%에 존재하는 데 비해, 나트륨이 있는 지역은 그 500배가 넘는 2.6%다. 이에 따라 기존의 리튬 이온전지를 나트륨 이온 전지로 대체하게 되면 값이 40%가량 낮아질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리튬을 나트륨으로 대체하는 데는 걸림돌이 하나 있다. 리튬 이온전지의 음극 재료인 흑연이 나트륨 저장에 적합하지 않다는 점이다. 리튬 이온들은 흑연층 사이에 삽입(intercalation)되는 형태로 저장되는데, 흑연층 간의 거리가 나트륨 이온을 저장하기에는 너무 좁기 때문이다. 

과연 연구팀은 이 난제를 어떻게 풀어냈을까. 바로 흑연을 나노판상 구조를 가진 황화구리로 대체하는 것이었다. 황화구리는 높은 전기전도도와 이론용량을 갖는다. 연구팀이 황화구리에 나트륨이 저장되는 과정을 원자단위로 실시간 분석한 결과, 황화구리의 결정 구조가 유동적으로 변화하면서 안정적으로 나트륨 이온을 저장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황화구리의 나트륨 저장 효율은 흑연 이론용량(~370mAh/g)의 1.5배(~560mAh/g)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충전과 방전을 250번 거듭한 뒤에도 이론용량의 90% 이상이 유지됐다.

이번 연구 성과는 나트륨 이온전지의 조기 상용화를 앞당기는 데 기여할 전망이다. 나트륨은 지표면의 70%를 차지하는 바다에 무궁무진하게 존재한다. 이에 따라 나트륨 이온전지가 상용화되면 배터리 제조 원가가 떨어져 노트북, 휴대폰 등의 가격이 30%가량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육종민 교수는 이번 연구에 대해 "요즘 미세먼지 등 환경오염 문제로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며 "이번 연구 결과로 우리나라가 관련 제품 개발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토대를 다질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이정용 교수는 "차세대 고성능 나트륨 이온전지 개발에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생애첫연구사업 및 나노, 소재기술개발사업과 기초과학연구원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연구 결과를 담은 논문은 국제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3월 2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송강섭 기자 successnews@succes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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