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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길끄는 알앤디] 거울상 대칭구조 가진 금 나노입자 합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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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섭 기자 작성일승인 2018-04-21 21:51 수정 2018-08-10 16:23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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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손과 왼손의 입체 구조는 똑같아 보이지만 왼손용 야구 글러브를 오른손에 착용할 수는 없다. 이처럼 서로 거울 대칭상임에도 겹쳐지지 않는 특성을 ‘카이랄성’이라고 한다. 아미노산을 비롯한 생명 현상에 관여하는 모든 분자는 카이랄 구조다. 카이랄 구조를 가진 재료는 독특한 기하 구조에서 비롯되는 구조 선택성 및 광 제어 특성을 지니고 있어 촉매 재료 · 광학 재료 · 센싱 플랫폼 개발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차세대 핵심 재료로 주목 받는다. 하지만 무기 재료에서 카이랄 구조를 제작하거나 제어하기는 공정의 복잡함 등으로 인해 쉽지않다. 이런 가운데 국내 연구팀이 펩타이드를 이용해 생체분자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것으로 여겨졌던 거울상 대칭구조를 금 나노 입자에서 구현하는 데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21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포스텍(POSTECH) 노준석 교수(기계·화공)팀과 같은 대학 김욱성 교수(전자), 서울대 남기태 교수팀, LG디스플레이 연구소 장기석 박사로 구성된 공동연구팀은 최근 거울상 대칭구조를 가진 금 나노 입자를 합성하는 데 최초로 성공했다.
카이랄 구조는 무기 재료에서 구현하기가 쉽지 않다. 무엇보다 공정이 복잡하고 재료의 안정성 측면에서도 난제가 많다.
이에 따라 연구팀은 펩타이드와 금 특정 표면의 상호작용에 주목하고, 거울상 구조를 포함하는 생체 분자 펩타이드를 무기 결정 합성에 이용함으로써 독특한 기하 구조의 금 나노입자를 만들어 냈다. 펩타이드는 2개 이상의 아미노산이 사슬 또는 고리모양으로 펩티드 결합한 화합물로, 아미노산의 결합수에 따라 디펩티드, 트리펩티드, 테트라펩티드 등으로 불인다.
이 금 나노입자는 한 변이 약 100nm 크기인 정육면체로, 각 면에 시계방향 또는 반시계방향으로 각각 뒤틀린 구조체가 존재하는 새로운 기하구조 형태다.
연구팀은 회전하는 빛에 대한 반응성 측정을 통해 이 나노입자가 거대한 카이랄성을 지닌 구조(생체 분자 단백질의 약 100배)임을 입증했다. 또 이 나노입자의 거대 카이랄성이 가시광 영역대에 존재한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카이랄 구조 고유의 편광 제어 특성을 이용하는 광학 실험을 통해 다양한 색채를 구현하는 데에도 성공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펩타이드 서열과 그에 따른 구조 및 카이랄성이 그대로 무기 재료 표면에 반영될 수 있음을 최초로 발견함으로써 생체 분자를 이용한 재료 합성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또 연구팀이 개발한 합성법은 또다른 다양한 재료에 적용하기가 쉬우므로 나노 재료 합성 분야의 원천 기술을 확보하게 됐다.
이번에 합성된 거울 대칭 금 나노 입자는 에너지 환경 촉매나 광 기반 커뮤니케이션, 홀로그램 등에 폭넓게 이용될 수 있어 산업적 파급력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또 펩타이드와 무기 재료 표면 간의 상호작용에 대한 이해를 높인 이번 연구 성과는 화학, 재료, 나노과학 등 분야에서 학문적 깊이를 더하는 한편 생명 현상의 거울상 선택성을 이해하는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할 전망이다.
남기태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 "합성된 입자는 디스플레이를 위한 신개념의 가시광 편광소재로 바로 적용이 가능하다"며 "학문적으로도 무기 재료 및 카이랄 생체 분자의 상호작용 현상에 대한 이해를 획기적으로 넓힘으로써 향후 거울상 선택성 촉매 개발의 단초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준석 교수는 "거울상 기하 구조체는 광회전 선택성을 가지고 있어 이후 편광제어 광소자나 구조 색, 음의 굴절률 소재, 투명망토 및 바이오센싱 등 분야에서 핵심 기술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미래소재 디스커버리 사업 'd-오비탈 제어 소재 연구단', 글로벌프론티어사업의 멀티스케일에너지시스템연구단 및 파동에너지극한제어연구단, 선도연구사업 광기계기술연구센터 등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다. 이번 연구 성과는 그 중요성을 인정받아 2018년 4월 19일 세계 최고 권위의 학술지 ‘네이처(Nature)’ 4월19일자 표지논문으로 소개됐다.
송강섭 기자 successnews@succes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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