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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의 호흡기 조절하는 호르몬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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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섭 기자 작성일승인 2018-02-13 17:00 수정 2018-02-13 17:00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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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의 호흡기는 인간의 폐와 비슷해 산소를 조직까지 운반하는 기능을 한다. 인간은 태어날 때 폐 안의 분비물이 배출되고 공기가 차는 과정을 한 번 거치지만, 곤충은 탈피과정마다 새로운 호흡기관이 형성되고 그 안에 공기가 차는 과정을 거친다. 그런데 곤충의 탈피 중 호흡기관에 공기를 채우는 과정을 카이닌(Kinin)이란 호르몬이 조절한다는 사실을 국내 연구진이 처음으로 밝혔다.
13일 광주과학기술원(GIST)에 따르면 이 대학 생명과학부 김도형·김영준 교수팀이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리버사이드(UCR)의 마이클 애덤스 교수팀과 공동연구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밝혔다.
탈피과정은 곤충 등 절지동물이 성장하면서 허물을 벗는 과정으로 이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해당 개체는 살아남지 못한다. 카이닌 호르몬은 짧은 아미노산 구조인 펩티드성 신경호르몬의 일종으로 탈피행동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알려져 왔다.
곤충의 탈피과정은 탈피행동유도호르몬(ETH) 분비로 시작하는데, ETH에 반응한 뇌신경이 카이닌이라는 신경호르몬을 분비해 새로 형성된 호흡기관에 존재하는 체액을 흡수하고, 이에 따라 공기가 유입되는 과정을 조절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카이닌에 문제가 생길 경우 체액이 흡수되지 못해 대부분의 곤충이 호흡곤란으로 죽는 것으로 나타났다.
ETH는 마지막 허물벗기 행동을 직접적으로 유발하는 호르몬으로, 이를 곤충에 주사할 경우 새 큐티클(角皮)이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탈피행동을 일으킬 수 있다.
연구팀은 뇌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인 카이닌이 혈액을 통해 호흡기관에 도달하며, 카이닌수용체를 가지고 있는 호흡기 조직세포가 활성화된다는 사실을 칼슘이미징(Ca2+ imaging) 기술을 이용해 증명했다. 카이닌의 농도가 증가할수록 호흡기 조직세포가 더 빠르게 활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칼슘이미징은 세포 활성이 높아질 경우 세포 내 칼슘의 농도가 변화하는 원리를 이용해 세포활성의 변화를 실시간으로 측정하고 화면으로 보여주는 기술이다.
연구팀은 카이닌이 곤충 호흡기에 작용하는 과정에서 나트륨채널(ENaC, Epithelial Na channel)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도 밝혔다. 나트륨채널은 폐조직 내부와 외부의 나트륨 농도 차이를 이용해 폐 표면에 존재하는 액체 분비물을 폐조직 안으로 흡수함으로써 압력 변화를 통해 폐에 공기가 찰 수 있도록 하는데, 이는 인간의 폐에서도 체액 제거에 같은 작용을 한다. 이 같은 발견은 카이닌이 인간의 폐에 물이 차는 증상인 폐부종이나 신생아의 호흡 문제 등을 해결하는 신약 개발에 활용될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김 교수는 연구 결과에 대해 "곤충들도 인간과 유사한 원리로 호흡기 질환을 가질 수 있으며, 그 과정에 카이닌호르몬이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을 처음으로 밝힌 것"이라며 "질식현상을 이용한 새로운 해충방제 뿐 아니라 인간의 호흡기 연구에도 모델로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이 지원하는 학문후속세대양성사업(리서치펠로우), GIST 리서치펠로우사업, 창조적도전과제사업, 한국초파리 연구자원 은행(KDRC)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연구 성과를 담은 논문(논문명 : Endocrine regulation of airway clearance in Drosophila)은 자연과학 분야 세계적 권위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지난 달 31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송강섭 기자 successnews@succes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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