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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불법과 대박 사이, 정보사회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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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섭 기자 작성일승인 2018-03-22 19:26 수정 2021-08-23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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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저커버그 700.jpg

마크 저커버그/ 픽사베이

 

 

2016년 겨울 촛불시위가 한창일 때 늘 광화문 일대에 모인 사람이 얼마나 되느냐가 화두였다. 여러 가지 추산법이 등장하다가 이동통신회사의 계산법이 나와 설득력을 얻었다. 각 통신회사의 휴대폰 사용자들 중 그때 광화문 일대에 일정 시간 이상 머물렀던 사람들의 숫자를 집계하는 방법이었다. 휴대폰이 항상 가까운 기지국과 통신을 주고받으니 숫자 파악이 가능했다. 시위가 없는 날 같은 시간대에 그곳에 늘 있던 사람을 제외하면 순수 촛불시위 참가자의 숫자를 가늠할 수 있었다.

 

통신회사는 전체 숫자만 아니라 어떤 사용자가 촛불시위에 참가했는지를 알 수 있었다. 범죄수사를 위해 경찰이 통신회사에 요청하면 사용자의 행적을 알 수 있듯 통신회사가 원하면 언제든지 우리들의 행적을 파악할 수 있으니까. 여기서 가정을 해보자.

 

만약 통신회사가 촛불시위에 여러 차례 참가한 고객 명단을 작성했다면? 회사가 아니라 어떤 직원이 몰래 그랬다면? 그리고 그 명단을 외부의 불순한 목적을 가진 사람에게 팔아넘겼다면? 해커가 통신회사 데이터시스템을 해킹해서 나의 행적을 알아냈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페이스북의 개인정보 유출은 이런 가정과 비슷한 사건이다. 사용자들이 개인정보 이용에 동의하고 각종 앱을 다운받아 사용하니 페이스북에는 통신회사보다 훨씬 많은 개인정보가 쌓인다. 한 회사가 불법으로 저지른 일이고 페이스북의 책임이 큰 것은 분명하지만 누구도 이런 사건을 막기 쉽지 않다는 것이 딜레마다.

 

사용자들은 각종 이벤트 참가나 혜택을 위해 개인정보 이용에 동의하고 앱을 다운받는다. 어떤 혜택에 어떤 정보를 제공했는지 사용자도 기억할 수 없을 정도로 흔한 일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는 여러 회사의 여러 사람이 개입한다. 불법행위를 발견하고 단속하기에는 시장이 너무 복잡하고 변화가 빠르다.

 

불법을 범하지 않고도 수집한 정보를 잘 분석하고 가공해서 대박사업을 일굴 수도 있다. 이처럼 디지털 정보사회에서 불법과 대박 사이의 거리는 크지 않다. 미국 정보기관이 모든 통신을 감청해서 ‘빅브러더’ 논란을 일으킨 것처럼 정보통신업계의 골리앗 기업들도 마음만 먹으면 엄청난 사람들을 감시하고 이용할 수 있다.

 

정보사회의 진전은 누구도 막을 수 없다. 하지만 대박을 꿈꾸는 지나친 경쟁이 위험을 무시하고 내달리게 만든다. 특정한 주체가 페이스북 사태 같은 일을 막을 수 없다. 혹시 우리나라에서 이런 일이 진행되고 있는지 걱정스럽다. 이 문제야 말로 사회 구성원 전체가 참여하는 공론화가 필요한 딜레마가 아닐까.

 

송강섭 기자 successnews@succes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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