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B투자증권을 둘러싼 권성문 회장과 이병철 부회장 간 경영권 다툼이 결국 이 부회장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이 부회장이 권 회장의 지분 전량 매수 등 조건에 양측이 최종 합의하면서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권 회장과 이 부회장 측은 이날 최대주주 변경과 관련한 논의에서 이 부회장이 권 회장의 지분 전량을 매수하기로 최종 합의했다. 이 부회장은 또 권 회장이 요구한 일부 임직원의 고용 보장 요구도 수용했다.

이로써 지난 한 달여 간 끌어 온 KTB투자증권의 경영권 다툼은 이 부회장의 승리로 막을 내리게 됐다.

앞서 이 부회장은 권 회장의 의결권 있는 주식 기준 지분 24.28%(1714만3226주) 가운데 18.76%(1324만4956주)를 주당 5000원인 총 662억2478만원에 매수하기로 했다. 아울러 이날 권 회장의 나머지 지분 5.52%(389만8270주)를 주당 5000원에 이자를 더해 분할 매수하기로 했다. 이 부회장은 이날 계약금 66억2248만8000원(매매대금의 10%)의 입금도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이 부회장은 권 회장 측이 요구한 회장 비서실 임원 등 10여명에 대한 고용 보장도 수용했다.

이번 합의에 따라 이 부회장은 지분이 기존 14.00%에서 단숨에 38.28%로 급증해 최대 주주에 오르게 됐다. 

이 부회장과 권 회장 간 최대주주 변경을 둘러싼 줄다리기는 막판까지 향방을 점치기 힘든 점입가경의 상태로 치달았다.

지난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권 회장은 지난해 12월 29일 보유 주식 1324만 4956주를 이 부회장에게 매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지난해 19일 권 회장의 보유주식 제3자 매각 청약통지에 대해 이 부회장이 주주 간 계약에 따라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한 데 따른 것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공시가 나간 뒤 권 회장 측이 “앞서 제시한 조건과 부합하지 않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발하고 나서면서 최대주주를 둘러싼 분쟁이 악화하는 점입가경으로 치달을 조짐을 보였다. 권 회장 측이 언급한 ‘앞서 제시한 조건’에는 권 회장의 측근 임직원에 대한 3년 고용 보장과 권 회장이 지난달 매수한 자사주 287만 주의 매수가 포함됐다. 권 회장 측은 “이 부회장과 합의에 나서겠지만, 원만하지 않을 경우 법적 소송까지 불사하겠다”고 배수진을 쳤다.

양측은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면서 물밑 협상을 이어왔다. 양측의 대리인들은 전날에 이어 이날 오전에도 만남을 갖고 의견을 조율했다. 결국 이 부회장이 권 회장 측의 요구 조건을 모두 수용키로 하면서 경영권 다툼은 막을 내리게 됐다.

다만 이 부회장은 850억원 안팎에 이르는 매각 대금을 마련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업계에서는 권 회장이 그간 자사주 매입을 지속하면서 보유지분 매각을 추진해 온 '이중적인 행태'에 대해 시세차익을 노린 것 아니냐는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권 회장 측은 이에 대해 “지난해 12월 이 부회장과 동반 퇴진 등을 추진했으나 이 부회장의 불응에 따라 무산되면서 권 회장이 경영권을 확실히 하기 위해 지분을 추가로 매입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권 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완전히 물러날 것으로 보인다. 권 회장은 1999년 국내 최대의 벤처투자 전문 공공기관인 한국종합기술금융(현 KTB네트워크)을 인수하는 등 국내 '벤처투자의 신화'로 불려온 인물이다. 배임·횡령 등 혐의에 따른 검찰 수사가 씁쓸한 퇴장의 단초가 됐다. 다만 그는 주식매각 대금과 지난달 자사주 매입에 따른 차익 등 총 750억원 안팎의 현금을 손에 쥔다.

김병훈 기자 success@succes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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