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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돋보기] AI가 주가를 폭락시켰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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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섭 기자 작성일승인 2018-03-30 20:32 수정 2018-03-30 20:32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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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이 뜬금없이 주가를 폭락시켰다는 뉴스가 나왔다. 미국 CNBC에 따르면 지난달 11일 뉴욕증시에서 미국 다우지수가 4% 하락한 데 이어 엊그제 4.15% 급락이 재연됐다. 주가를 떨어뜨릴 만한 별다른 악재는 없었다. 알고 보니 AI의 ‘알고리즘 매매’ 시스템이 한꺼번에 매물을 쏟아낸 탓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알고리즘 매매란 AI가 주식 빅데이터를 분석한 의사결정을 통해 주식을 사고파는 것을 말한다.
미국의 한 시장전략가는 CNBC와 인터뷰에서 "시장 변동성이 급격히 커지면 알고리즘 매매 비중이 90%까지 높아진다"며 "알고리즘의 구조가 비슷하다 보니 매매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지는 게 급락의 원인"이라고 했다. 이 시장전략가는 "이런 현상이 AI로 인한 폐해"라면서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AI의 부작용을 탓하는 이 뉴스는 그럴 듯해 보이지만 근거가 부족하다. AI가 등장하기 훨씬 이전부터 ‘프로그램 매매’라는 이름의 ‘알고리즘 매매’와 비슷한 거래방식이 폭넓게 이용돼 왔기 때문이다. 주가가 폭락하든 폭등하든 AI와는 하등의 관계가 없는 현상일 수 있는 것이다.
프로그램 매매는 일정한 조건이 충족되면 자동으로 매도 또는 매수 주문을 내도록 설정한 컴퓨터 프로그램에 따라 이뤄지는 주식 거래다. 국내에는 비교적 늦게 등장해 거래 비중이 1999년 1.2%에 머물렀으나, 미국은 1998년에 8.7%, 일본은 1999년 9.4%에 이를 정도로 흔히 이용됐다. 프로그램 매매는 이후 크게 늘다가 최근 들어 알고리즘 매매로 넘어가고 있다.
1987년 10월 19일, 미국 증시에서 종합지수가 20%나 떨어지는 주가 대폭락이 발생했다. 당시 대폭락의 주범으로 프로그램매매가 지목됐다. 당시에도 프로그램매매에 대한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후 공시제도와 사이드카(프로그램매매 호가 중지) 등의 대책이 마련됐다. 주가 급락이 AI 탓이라는 이번 소동과 '판박이'다.
AI는 분명 일자리를 없애는 주범이다. 최근 투자 시장에서도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 등의 실직 사태가 이어졌다. 통신의 발명으로 파발꾼이 사라졌다. 전화, 자동차, 컴퓨터가 등장하면서 많은 일자리가 없어졌고 또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졌다. 문제는 AI가 많은 일자리를 없애는 것만큼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낼 것 같지 않다는 점이다.
하지만 AI가 그것을 원하기 때문은 결코 아니다. AI는 사람이 하던 일을 훨씬 빨리 정확하게 하지만 사람이 시키지 않은 일을 하지는 않는다. AI의 잠재력이 무섭지만 결국 사람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도구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송강섭 기자 successnews@succes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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