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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필수의 카톡] 한국GM 결정, 서두르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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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필수 대림대 교수 작성일승인 2018-03-04 14:10 수정 2018-03-04 14:10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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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너럴모터스(GM)의 철수 문제가 현안이 되면서 정부의 대응 움직임이 발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한국GM 군산공장 철수는 이제 현실이 되었고, 국내 공장 전면 철수에 대한 압박이 심해지면서 일자리 늘리기 정책을 추진 중인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자동차 산업은 다른 산업 부문에 비해 고용효과가 더 크다. 이에 따라 GM의 철수 문제는 대규모 실직 위기라는 변수를 정부가 안기고 있으며, 이를 잘 아는 한국GM은 이런 정부의 딜레마를 시기적으로 잘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GM이 어떤 기업인가. GM은 지난 수십 년 간 세계 시장에서 자회사 폐쇄 또는 공장 철수를 통해 해외 진출 국가들에서 많은 지원을 받은 경험이 많고, 지원이 끊기면 바로 철수한 사례도 있다. 이 같은 여러 요소들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는다면 자칫 곤혹스러운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더욱이 한국GM은 고리대금업, 의심스러운 연구비 지급 등 다양한 경영상의 의심을 사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공적 자금 투입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않다.
과연 우리 정부가 한국GM 사태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릴지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돼 있다. 만일 정부가 형식적인 절차만을 거친 채 자금 투입을 하려 한다면 혈세 낭비는 물론 다음 정권에 부담을 전가하는 폭탄 돌리기가 될 수 있으므로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현재 한국GM 사태는 급박하게 돌아가는 형국이다. GM 본사 담당자가 얼마 전 한국을 찾아 정부 관계자를 만나면서 다양한 주고받기를 진행하고 있고, 현안에 대한 결정을 조속히 내릴 것으로 요구하고 있다. 과연 정부는 이런 상황에서 어떤 기준을 갖고, 어떻게 문제를 풀어나갈 것인지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크게 세 가지를 주문한다.
먼저, 정부는 서둘러 결정을 내리지 말아야 한다. 현재 정부는 한국GM의 투명성을 보기 위한 경영 장부를 열어줄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한국GM도 이에 찬성해 실사가 곧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시간이 너무 짧다. 지금껏 터져나온 각종 의혹들을 보면 하루이틀에 살펴 볼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 만일 정부가 너무 급하게 진행하면 경영 실상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형식적인 절차로 끝날 가능성도 높다. 현 정부는 지금까지 대기업을 포함한 기업들의 경영상 실패에 대해 철저하게 책임을 물었고, 실질적인 자구책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가차 없이 청산 절차를 밟아왔다. 외국계의 거물 기업이 대상이라 하더라도 달라질 것이 없다고 본다. 만일 이 같은 기본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형평성을 해치는 치명적인 실수가 될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서두르지 말고 하나씩 하나씩 철저히 확인하면서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 한국GM 사태는 최근 갑자기 발생한 문제가 아니며, 이미 수년 전부터 진행되어 온 것이다. 늦었지만 이제부터라도 제대로 진행해야 문제 해결 방향을 제대로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한국GM의 미래 마스터 플랜의 진정성이 중요하다. 지난 수년간 한국GM은 소비자에게 큰 인상을 남긴 신모델을 선보이지 못했다.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신차 출시가 없었다는 것이다. 글로벌 GM의 신차 생산을 한국GM에 배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과연 배정되는 모델이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는지까지 살펴봐야 한다. 일단 신차 배정을 약속하더라도 언제든지 다른 지역으로 다시 빼낼 수 있는 모델은 아닌지 확인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신차 배정 모델로는 전략 차종은 물론 연구개발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것이 좋다. 예를 들면 쉐보레 볼트 전기차는 없어서 못파는 모델이나 모두 미국에서 제작되어 수입되고 있다. 이 모델은 상당 금액을 한국GM이 연구개발비로 지급했고, 배터리, 모터 등 핵심 부품을 국내사가 납품하는 실질적인 한국산이다. 명분도 좋고 국내에서 생산된다면 가장 안성맞춤의 모델이라 판단되는만큼 전폭적인 한국 생산으로 글로벌 시장에 공급하는 형태도 바람직할 것이다.
셋째, 공적자금 투입의 방법도 중요하다. 설사 앞서 언급한 각종 조건이 만족되더라도 한국GM의 산업은행 지분만큼의 공적 자금 투입은 명분이 없다고 할 수 있다. 새로운 투자로 생각해야 할 것이다. 여기에다 GM 본사의 관행을 고려해 협상 우위를 점하기 위한 여러 가지 담보가 꼭 필요하다. 예를 들면 10년 이상 국내 거주한다는 명분도 좋고, 한국산업은행의 핵심 과제에 대한 의결권 보장, 특히 장부의 수시 공개 등 투명성 확보 장치도 중요할 것이다. 쉽지만은 않겠지만 최대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사안들이다.
GM은 세계 경영을 하면서 주로 자회사 상장보다는 지분 확보를 통한 운영 방식을 택해 왔다. 경영상 간섭을 최대한 배제하기 위한 것으로, 해외 정부나 관련 기업은 경영 투명성 여부를 들여다보기가 어려웠다. 정부는 한국GM의 내부 실상을 잘 들여다보고 정확한 판단을 내려야 실수를 피할 수 있다. 여기에다 강성 노조의 움직임도 자제하고 새롭게 노사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패러다임 전환의 기회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한국GM에 대한 공적 자금 투입 여부 등 이번 결정은 향후 닥칠 관련 사례에서 기본 원칙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정부는 절대로 서두르지 말고 철저한 검증 과정을 밟아 신중하게 결정을 내려야 한다. 그래야 최소한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명분이 생긴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 · 썩세스경제 필진
대림대학교 자동차과 교수. 김필수자동차연구소 소장. 대학과 대학원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한 뒤 1996년부터 대림대 자동차과 교수로 재직 중인 국내 대표적인 자동차 전문가다. 서울오토살롱 조직위원장을 거쳐 대한자동차기술학회 부회장, 한국자동차기술인협회 이사, 한국자동차진단보증협회 이사를 역임 중이다. 세계전기전자학회(IEEE) 등 국내외 다수의 학회와 학술단체 등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면서, 자동차, 전기, 전자 분야 논문 40여 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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