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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쟁점] 차별을 시정하되, 차별을 알리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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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훈 편집국장 작성일승인 2018-03-25 10:21 수정 2018-05-24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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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 현장 ok.jpg
건설사 직원들이 공사 현장에서 일하는 모습 현대건설

 


 

고용노동부가 최근 기간제 · 파견 근로자 등이 자신과 같거나 비슷한 업무의 정규직 임금을 알 수 있도록 '임금 정보 제공청구권'을 도입하겠다고 밝히자 보수 언론들이 일제히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25일자 신문 사설을 통해 청구권 남용과 개인 정보 침해 등의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경영계와 학계 인사의 말을 인용해 회사의 임금 정보 제공이 의무화되면 인사관리가 어려워져 인건비 부담이 커지고, 비정규직과 정규직 사이 노노갈등 심화가 우려된다고도 했다. 결과적으로 고용이 줄어들게 될 것이라는 단골메뉴도 나왔다.

 

고용부는 최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업무 보고를 통해 이 같은 정부 방침을 설명했다. 고용부는 "비정규직과 정규직 간 차별 시정의 효율성을 높이려는 취지"라며 "법률 개정안을 마련하기 위해 조문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기간제법과 파견법 등에 따르면 '같은 사업장 내에서 동일·유사 업무'를 하는 비정규직이 정규직에 비해 차별 대우를 받으면 6개월 이내에 노동위원회에 시정 신청을 할 수 있다. 한 언론은 고용부의 방침을 비판하면서 차별 대우를 알게 된 비정규직이 중앙노동위원회에 시정을 요구해 결국 덜 받은 임금을 지급받은 사례를 소개했다.

 

고용부에 따르면 '임금 정보 제공청구권' 도입은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차별 시정을 쉽게 하기 위한 조치다. 차별을 시정하느냐 아니냐의 문제를 다루는 게 아니다. 차별을 시정하는 데 그것을 좀 더 쉽게 하기 위한 조치인 것이다.

 

보수 언론의 비판은 무엇인가. 차별을 시정하는 제도가 있지만 그것을 쉽게 이용하게 하지 말라는 말이다. 즉 차별을 시정하는 것은 좋은데 차별을 당하는 사람이 차별이 있는지 없는지, 차별이 어느 정도인지 알기 어렵게 두라는 것이다. 결국 능력껏 차별을 은폐해서 회사의 임금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정부가 모른 체하라는 주장이다. 

   

청구권 남용 우려는 어처구니없다. 임금 정보를 제공하는데 엄청난 노동력과 비용이 드니 자주 물으면 곤란하다는 뜻인가. 정부 정책에 의문이 있어도 자주 물으면 처벌하자는 법이라도 내놓을 모양새다.

     

개인정보 침해 우려도 웃기는 말이다. 임금 정보를 제공할 때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이 임금을 얼마나 받는지 공개하지 그 사람이 누구인지 밝히지 않는다. 이게 개인정보 침해가 된다면 우리나라 고용정보 제공업체들 모두가 법정에 서야 한다. 왜 기업들은 자기 회사 초임이 얼마인지 공개하는 업체들을 고발하지 않을까. 


인사관리가 어려워져 인건비 부담이 커진다는 말은 기업들이 비정규직을 속이지 못하게 되니 곤란하다는 말이다. 노노갈등 우려도 마찬가지다. 비정규직은 모르게 하고 정규직하고만 짝짜꿍 하고 싶다는 말이다. 


이렇게 후안무치한 억지를 '주장'이라고 들어줄 수 없다. 유치해서 언론의 품격을 입에 담기 무색하다. 보수언론에 이름을 올린 경영계· 학계의 인사들도 마찬가지다.  


김병훈 편집국장 hyundam@succes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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