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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대전환 시대] ⑬ 트럼프, 북한의 주장 이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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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훈 기자 작성일승인 2018-06-15 17:51 수정 2018-07-25 15:39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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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포괄적”이라고 말했던 6.12 북미정상회담 공동선언의 구체적 의미가 차츰 밝혀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후속 발언과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들의 보도내용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가 합의문에서 빠진 이유를 묻는 질문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했다”며 “(김 위원장을) 신뢰하지 않았다면 서명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거듭해서 말했다. 그는 13일(한국시간) 백악관으로 돌아가서도 트위터에 “더 이상 북한으로부터 핵 위협은 없다”며 “오늘 밤은 푹 자길!”이라는 메시지를 올렸다.
폼페이오 장관은 13일 저녁 한국에 도착한 뒤 미국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공동선언이 전부가 아니며 서로 이해에 도달한 많은 부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CVID'라는 표현이 담기지 않았다는 기자의 똑같은 지적에 대해서는 “장담하건대, ‘완전한’(Complete)이란 말에 ‘검증 가능한’이란 말이 들어가 있다”고 반박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어 “2년 반 안에 ‘중요한 비핵화’와 같은 것이 달성되길 희망한다. 우리는 그 일을 할 수 있다는 데 희망적”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연합훈련 잠정 중단’ 발언에 대해 “대통령의 의도는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된 생산적인 대화를 할 기회를 얻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14일 중국으로 건너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그는 중국 왕이 외교부장과의 공동기자회견에서 “북한 핵시설 파악 작업이 곧 진행될 예정”이라며 “북한 사람들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약속 이행을 시작하도록 전체적 파악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서 말한 ‘이해에 도달한 많은 부분’에 ‘핵시설 신고’가 들어 있음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폼페이오 장관은 완전한 비핵화를 전제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의 완화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북한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13일 노동신문은 북-미 정상회담 결과를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김정은 위원장이 회담에서 “미국 쪽이 조미관계 개선을 위한 진정한 신뢰구축 조처를 취해나간다면 우리도 그에 상응하게 계속 다음 단계의 추가적인 선의의 조처들을 취해나갈 수 있다는 립장을 밝히시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군사훈련 중단이라는 신뢰구축 조처를 취했으니 북한도 비핵화를 향한 추가적인 조처를 취하겠다는 말이다. 12일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김 위원장이 미사일 엔진 시험장 폐쇄를 약속했다. (평양에) 도착하자마자 많은 사람들이 기뻐할 프로세스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힌 것과 같은 맥락이다.
많은 언론과 전문가들이 공동선언에 알맹이가 없다고 비판한 것과 달리 미국과 북한의 행보는 손발이 척척 맞는다. 북미정상회담을 높이 평가한 소수 전문가들의 해설에 귀를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는 듯하다. 국내에서 대표적인 북한 전문가로 꼽히는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은 여러 방송을 통해 공동선언에 나오는 4개 합의사항의 순서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전 장관은 ①미국과 북한의 새로운 관계 수립 약속 ②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위해 함께 노력이라는 표현이 먼저 나오고 ③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노력 약속이 뒤에 나왔다는 점을 강조했다. 과거처럼 북한이 비핵화를 하면 관계를 정상화한다는 게 아니라 양국이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면서 북한이 비핵화에 노력한다는 말이라는 것이다. 즉 비핵화가 조건이 아니라 평화체제 구축의 결과물이라는 뜻이다.
이 설명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단계적 해결’이라는 북한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적대적인 군사위협을 계속하면서 핵무장을 포기하라는 요구를 수용할 수 없는 북한의 현실을 트럼프 대통령이 이해했다는 의미다.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군사연합훈련 중단을 말한 것이고, 북한이 추가적인 비핵화 조치를 하겠다고 호응한 것이다.
역사적인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한과 미국 사이에 상당한 신뢰가 쌓였다. 폼페이오 장관이 2년 6개월의 비핵화 시간표를 제시하면서 “김정은 위원장이 비핵화를 마칠 타이밍의 시급성을 알고, 비핵화를 빨리 해야 함을 이해하는 것으로 우리는 믿는다”고 말한 것을 보면 핵사찰 등 후속 조치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합의가 이루어진 듯하다.
북한과 미국은 앞으로 2년 6개월이라는 시간표에 맞추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일 전망이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이 비판 여론에 시달리는 트럼프 대통령을 위해 획기적인 선제 조치를 내놓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김 위원장이 정상회담에서 “세계는 놀랄만한 변화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한 것처럼 정말 놀랄만한 변화를 보여준다면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에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큰 틀이 마련될 것이라는 기대를 가질 만하다.
김병훈 기자 hyundam@succes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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