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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국민연금의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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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섭 기자 작성일승인 2018-03-22 16:38 수정 2018-03-22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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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관리공단 사옥 전경 ok.jpg
전북 덕진구에 자리한 국민연금공단 사옥 전경 국민연금공단

 


국민연금이 주주권 행사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국민연금은 21일 삼성물산 최지훈 대표와 이용호 사장 등의 이사 재선임에 반대하기로 결정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이날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회를 열어 이 같이 결정했다. 국민연금은 삼성물산의 지분 5.7%를 보유한 3대 주주다. 


삼성물산 최 대표와 이 사장 등의 이사 재선임안은 국민연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22일 주주총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지난 16일 의결권 행사 지침을 개정한 후 주주권 행사에 나선 첫 사례다. 국민연금이 보유 지분을 바탕으로 주주권 행사에 적극 나설 변화를 보여 주목을 받았다.


기금운용 전문위원회는 “이사 후보들이 과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승인을 결의한 이사회 구성원이었다. 선량한 관리자의 의무 수행에 대한 우려가 존재한다고 판단해 반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삼성물산에 불리한 방식으로 추진됐는데 이를 승인한 행위가 삼성물산의 이사로서 성실한 의무를 수행하지 않은 것이라는 지적이다. 국민연금도 당시 합병에 찬성했고, 그때의 기금운용본부장은 영어의 몸이 됐다.


국민연금은 610조원이 넘는 기금을 굴리는 최대 기관투자자다. 그 기금은 국민들이 납입하는 보험료가 모인 것이다. 국민이 낸 돈을 잘 운용해 국민의 노후를 보장해야 하는 게 국민연금의 막중한 책임이다. 투자를 잘 해서 돈을 불려야 하는 역할과 함께 국민을 대표하는 투자자로서 정치·사회·경제적 책임을 져야 한다. 


그동안 국민연금은 그렇지 못했다. 국민의 이익을 지키지 않고 정부의 눈치를 보며 집권자의 의중대로 행동했다. 그 결과가 지난 정권의 적폐로 드러났고 국민연금도 질타를 면할 수 없었다.

 

국민연금은 7월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영국이 2010년 처음 도입한 스튜어드십 코드는 연기금과 자산운용사 등 주요 기관투자자가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하도록 하는 지침이다. 의결권 행사에 한정하지 않고 기업과 적극적인 대화를 통해 기업의 지속가능 성장에 기여하고 이를 바탕으로 고객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게 목표다. 네덜란드, 캐나다, 스위스, 일본, 말레이시아 등 10여개 국이 도입했다.


국민연금의 변화를 바라보는 시선은 다양하다. 공통되는 지적은 정치적인 압력에 휘둘리지 않고 경제발전과 국민 노후생활 안정을 최우선으로 행동하도록 독립성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 정권의 적폐를 바로 잡는 것은 좋지만 또 이 정권의 목표에 맞춰 휘둘려서도 안 된다는 뜻이다. ‘혁신’을 표방하는 정부에 대한 우려다.

 

지난 달 미국 플로리다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총기난사 사건으로 많은 학생들이 희생됐다. 이후 5조 달러 이상을 굴리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총기 제조사와 판매사들에 총기안전 문제와 관련한 경고문을 고지해 주주총회 투표 등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할 의지를 표현했다. 대주주의 정치적, 사회적 책임이 크다는 사실을 보여준 사례다.

 

국민연금은 현재 공석인 기금운용본부장 공모절차를 진행 중이다. 전임 본부장들이 수난을 겪으면서 나서는 후보자가 없어 지난 7월 이후 자리가 비어있었다. 기금운용본부장은 국민연금을 굴리는 최고투자책임자(CIO)다.

 

국민연금 운용의 ‘독립성’을 제도적으로 갖추는 일은 중요하다. 그에 못지않게 국민을 대리하는 최대 기관투자자로서의 책임도 크다. 국민을 바라보며 ‘독립적으로 책임을 다하는’ 국민연금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송강섭 기자 successnews@succes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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