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 에코 경제 > 정책
[뉴스 돋보기] 페북 제재와 국내 기업 역차별 논란
페이지 정보
송강섭 기자 작성일승인 2018-03-23 16:18 수정 2018-03-23 16:18관련링크
본문
방송통신위원회가 접속경로를 임의로 변경해 국내 이용자의 불편을 초래한 글로벌 인터넷기업 페이스북에 21일 과징금 3억 9600만원을 부과했다. 방통위는 페이스북의 행위가 전기통신사업법상 금지행위인 '이용자 이익저해행위'라고 판단했다.
방통위의 과징금 부과는 그동안 국내 통신업체들을 대상으로 ‘갑질’ 논란을 일으킨 글로벌 인터넷 기업에 대한 첫 제재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구글, 페이스북 등은 국내법이 미치지 않는 빈틈을 이용해 훨씬 싸게 인터넷망을 사용하며 큰 이익을 얻어 국내기업 ‘역차별’ 논란이 계속돼왔다.
방통위는 “페이스북이 세계 SNS 시장 점유율 1위 사업자이며 국내 일일 접속자 수가 1200만 명에 달하는 시장 영향력이 매우 큰 사업자임에도 시장을 단기적으로 왜곡시키고 중대한 이용자 피해를 발생시켰다”고 지적했다. 다만 “페이스북이 스스로 위반행위를 중지하고, 조사에 성실히 임한 점 등을 고려해 과징금 3억 9600만원을 부과했다”고 설명했다.
페이스북은 지난 2016년 12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SK브로드밴드(SKB)와 LG유플러스(LGU+) 가입자들의 페이스북 접속 경로를 홍콩과 미국 등을 우회하도록 변경했다. 전용망 대여계약을 맺은 KT의 서울 목동 데이터센터 서버를 통해 다른 통신업체 가입자들이 접속하던 경로를 일반적으로 차단한 것이다. 전용망 사용 계약을 맺지 않은 SKB와 LGU+에 통신사 부담으로 전용망 확충을 요구하다 거절당한 후였다.
두 통신사를 이용하는 페이스북 이용자들은 접속이 안 되거나 동영상 재생 등 일부 서비스 이용이 어려워졌고, 이용자 문의와 불만이 쏟아졌다. 두 통신사는 접속 장애를 해소하기 위해 추가 비용을 들여 해외 접속 용량을 증설해야 했다. 이후 페이스북은 접속경로 변경에 대한 논란이 발생하자 지난해 10~11월 원 상태로 되돌렸다.
이효성 방통위원장은 “이번 사건은 글로벌 통신사업자가 국내 통신사업자와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해외로 접속경로를 변경해 국내 이용자의 이익을 침해한 사건으로 부가통신사업자의 시장 영향력 증대에 따른 새로운 유형의 금지행위란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방통위는 인터넷 플랫폼 시장에서 새로이 발생할 수 있는 금지행위 유형을 사전에 파악해 선제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방통위가 글로벌 인터넷 기업을 제재하기는 했지만 솜방망이 처벌에 불과하며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우선 4억원도 안 되는 과징금이 페이스북에게 큰 부담이 되지 못한다는 비판이다. 전기통신사업법상 정액 과징금은 10억원 이하로 책정된다. 매출액 산정이 가능하면 매출액의 3%이하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하지만 페이스북의 매출액을 알 수 없다는 게 결정적인 장애다.
페이스북, 구글 등 글로벌 IT기업들은 유한회사 형태의 국내 법인을 두고 있다. 정보 공개 의무가 없어 국내 매출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매출액을 모르니 방통위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다만 이런 상황이 개선될 가능성은 있다. 유한회사에 대해서도 외부 감사를 의무화하고 감사보고서를 공시하도록 하는 법률 개정안이 오는 11월쯤 도입될 예정이다.
매출 비공개는 적정한 망 사용료뿐 아니라 세금도 제대로 부과할 수 없게 하는 걸림돌이다. 지난해 한성숙 네이버 대표가 2016년 네이버가 734억원의 망 사용료를 지불했다며 구글코리아에 국내 매출과 영업이익, 세금 납부액, 망 사용료를 공개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그러나 구글코리아는 아무런 답변도 내놓지 않았다.
페이스북에 대한 과징금 부과는 한 걸음의 진전이다. 하지만 구글이나 애플 등 강력한 시장지배력을 지닌 기업을 규제하기는 어렵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송강섭 기자 successnews@successnews.co.kr
Copyright ⓒ 썩세스경제
좋아요 17개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