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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바라보기] 블록체인으로 함께 사는 경제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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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인성 주필 작성일승인 2018-03-23 16:27 수정 2018-03-23 16:27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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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이 우리 사회에 확실하게 기여한 게 하나 있다. 블록체인이라는 용어를 대중화시킨 공로이다. 사실 대다수 대중은 그 내용을 알지 못한다. 그러나 유시민, 정재승 같은 유명인들이 치열하게 논쟁하는 바람에 뭔가 엄청 중요한 것인가보다 하는 인식을 공유하게 되었다. 블록체인 기술의 발전과 보급을 위해서는 대중의 관심과 투자가 함께 해야 하므로 작지 않은 성과이다.
작년 하반기에 홍의락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요즘 블록체인에 관심이 많다"고 말하는 걸 들었다. 솔직히 그 때 블록체인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용어만 들어봤을 뿐 나와는 상관없는 기술전문가들의 관심사 정도로 치부했다. 유시민-정재승이 촉발한 여러 단위의 논쟁을 지켜보면서 우리와 상관있는 주제라는 생각을 갖기 시작했다.
물론 암호화폐와 투기 때문은 아니다. 1995년 인터넷을 처음 접했을 때와 같은 충격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살아오면서 개인적으로 관심이 지속되는 주제는 '소수가 아닌 다수가 함께 잘 사는 것'에 관한 문제인 것 같다. 인터넷을 처음 접했을 때 반가움과 충격은 이런 관심 때문이었다. 다수가 자유롭게 정보를 공유하고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혁명적 도구가 될 수 있으리라는 확신을 가졌고, 실제 그리 되었다.
그러나 인터넷의 등장이 경제적 면에서는 '다수의 행복'에 크게 기여한 것 같지 않다. 무명의 젊은이들이 벤처신화의 주인공이 되고, 재벌기업과 경쟁하는 인터넷기업들이 등장하고, 인터넷 주식부자들이 탄생하고, 임직원들도 스톡옵션으로 어느 정도 부를 나눠받게 된 건 사실이다. 하지만 '다수가 함께 잘 사는 경제'로 사회적 구조를 바꾸지는 못했다. 그저 운좋은 소수의 잔치였다.
인터넷의 충격을 접한 지 20여년 만에 비슷한 놀라움과 흥분을 경험하게 한 게 블록체인이다. 경제적 차원에서도 함께 잘 사는 구조를 만드는데 기여할 수 있으리라는 직감 때문이었다. 스팀잇은 이미 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글을 쓰는 사람, 그리고 좋은 글이라고 인정하고 추천하는 사람들에게 보상이 이루어지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네이버나 페이스북 같은 플랫폼들은 열심히 쓰고 누르는 유저들의 노고 덕분에 기업가치가 상승한다. 이익이 나고 주가가 오르지만 유저들에게는 보상이 돌아가지 않는다. 주주들과 임직원들 만이 잔치의 주인공이 된다. 스팀잇 방식으로 운영되는 제2의 네이버, 제3의 페이스북을 상상해보자. 주주와 임직원들의 파이가 줄어드는 대신 유저들의 파이가 큰 비중을 차지할 것이다. 유저 개개인에 돌아가는 몫은 미미할 수 있다. 그러나 블록체인 혁명으로 이런 경제구조가 확산한다면 그것만으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수입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 스팀잇은 그런 사례를 이미 보여주고 있다.
유통산업에서도 적용될 수 있다. 11번가, 인터파크 같은 대형쇼핑몰들을 보자. 생산-판매자들은 소비자와 연결되기 위해 플랫폼사업자와 MD들에게 잘 보여야 한다. 잘 보이는 곳에 노출할 수 있도록 하는 생사여탈권을 그들이 갖고 있기 때문이다. 수수료든 광고비든 판촉비든 결국은 플랫폼사업자들에게 돌아간다. 불공정 갑질은 필연이고, 대기업 대자본이 아닌 평범한 생산자-판매자들은 영원한 약자일 수 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이다.
블록체인 기술이 접목된다면 생산자와 소비자가 가상의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암호화폐를 광고홍보 및 거래의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이들이 암호화폐를 발행하여 플랫폼도 스스로 만들고, '슈퍼갑'의 전유물이 아니라 참여자가 골고루 활용하는 공간으로 전환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메인화면의 광고공간을 생산-판매자들에게 추첨으로 배정하고, 광고비에 해당하는 암호화폐는 클릭하고 접속한 소비자에게 돌아가도록 하는 식이다. 소비자가 받은 암호화폐로 상품구매를 할 수 있으니 가격경쟁력도 생긴다. 이들의 참여와 활동으로 플랫폼의 가치가 커지면 암호화폐의 가치도 올라가니 더 적극적으로 마케팅하고 거래하는 선순환이 가능하다.
이처럼 블록체인은 우리 시대의 숙제인 대기업 독과점과 양극화를 극복하는 핵심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비트코인 열풍이 튤립 투기광풍과 다르지 않다는 빅스피커들의 큰 목소리에 휘둘리면 안된다. 내가 기대하듯 블록체인이 경제민주화의 중요한 툴이 될지 아닐지는 더 지나봐야 안다. 그러나 조그만 가능성이라도 엿보이면 누구나 관심갖고 파고들 수 있는 여건은 만들어줘야 한다. 20여 년 전의 '벤처 거품' 같은 '블록체인 거품'이 오히려 필요한 시점일 수 있다. 우리 시대의 경제 양극화의 해악은 그 거품의 후유증보다 훨씬 클 것이기 때문이다.
원인성 주필 successnews@succes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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