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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길끄는 알앤디] 자기장, 빛 등 반응하는 나노 계면활성제 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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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섭 기자 작성일승인 2018-01-11 11:19 수정 2018-01-11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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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그림3 레이저 주위로 모이는 나노 계면활성제에 둘러싸인 액체방울.jpg
레이저 주위로 모이는 나노 계면활성제에 둘러싸인 액체방울 IBS 첨단연성물질연구단

 


계면활성제는 비누, 세제, 샴푸 등 생활용품을 만드는 데 널리 쓰이는 화학물질이다. 국내 연구팀이 나노입자로 계면활성제를 만드는 데 세계 처음으로 성공했다. 이 나노 계면활성제는 자기장, 빛, 전기 자극에 모두 반응하도록 설계됐다. 또 나노 계면활성제로 둘러싸인 액체방울을 자유롭게 조종할 수 있어 세포 배양, 체내 약물 전달 등 생물 화학 제약 등 분야에서 폭넓은 응용이 기대된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첨단연성물질 연구단 바르토슈 그쥐보프스키(Bartosz Grzybowski) 그룹리더 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나노입자로 계면활성제를 만드는데 성공했다고 IBS가 11일 밝혔다. 


계면활성제는 하나의 분자 안에 물과 잘 결합하는 부위(친수성)와 기름에 잘 결합하는 부위(소수성)가 동시에 있는 특이한 구조다. 물과 기름에 동시에 결합할 수 있는 것도 이런 특이한 구조 덕분이다. 두 액체를 자연스럽게 분리하고 운반하는 기능 덕에 약물 전달이 핵심인 차세대 의학재료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액체방울을 조절하는 기술은 질병 진단과 신약 개발 등 제약·화학 연구 전반에 사용되고 있다.


다만 기존의 액체방울 조절 기술로는 2가지 이상의 자극에 반응하도록 하기가 어려웠다. 계면활성제로 둘러싸인 액체방울을 외부 자극에 반응하도록 분자를 설계하는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온도에 따라 변하거나 자기장으로 조종하고 빛과 산화-환원 반응 등에 각각 반응하는 계면활성제는 개발됐지만 다양한 자극에 동시에 반응하는 계면활성제가 나온 것은 처음이다.


연구진은 물이 붙는 친수성 부분에 6nm 크기의 금(Au) 나노입자를, 기름이 붙는 소수성 부분에 12nm 크기 산화철(Fe3O4) 나노입자를 사용해 눈사람 모양의 나노 계면활성제를 만들었다. 나노 계면활성제는 자기장, 전기장, 빛에 모두 반응하도록 설계됐다. 자기장과 빛으로는 액체방울의 위치, 움직임, 회전속도를 조절할 수 있고, 전기장으로는 액체방울들을 결합할 수 있도록 했다.


연구진은 먼저 자기장에 반응하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실험을 진행했다. 물과 기름이 섞인 수조에 자성을 띤 나노 계면활성제를 넣은 뒤 수조에 자석을 갖다 대자 계면활성제에 둘러싸인 물방울들이 자석의 움직임에 따라 이리저리 움직였다. 자성을 띤 계면활성제와 자성이 없는 계면활성제(금 나노입자+황화납 나노입자)를 일정 비율로 섞으면 액체방울의 자성의 세기도 조절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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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를 수행한 IBS 첨단연성물질 연구단 연구자들. 왼쪽부터 교신저자인 바르토슈 그쥐보프스키 그룹리더, 공동 제1저자인 지지에 양 연구위원과 징징 웨이 연구위원, 제2저자인 야로스와브 소볼레브 연구위원. ⓒ기초과학연구원

 

 

다음으로 레이저 빔을 사용해 빛에 대한 반응을 확인했다. 나노 계면활성제로 싸인 액체방울에 레이저 빔을 쏘면 액체방울들은 회전하면서 육각형 구조를 만든다. 빽빽하게 쌓인 육각 구조의 액체방울은 레이저 빔이 꺼지면 흩어졌다. 이는 따뜻한 공기는 위로, 차가운 공기는 아래로 내려가는 대류현상 때문이다. 이를 이용해 레이저를 쏘는 부분에 따라 회전 속도와 회전 방향을 조절해 톱니바퀴처럼 움직이도록 조종할 수도 있다.


이번에는 강력하고 짧은 전기장을 가했다. 전기가 흐르자 액체방울들은 통로를 만들어 서로 합쳐지며 액체를 교환했다. 나노 계면활성제가 순간적으로 위-아래로 분리되면서 가운데 빈틈의 통로가 생긴 것이다. 이 결합 과정에서 액체방울들은 타원형 모양이 되는데, 이 특성을 활용해 전기장을 조절하면 특수한 모양의 액체방울을 만들 수 있다.


연구진에 따르면 이번에 개발한 나노 계면활성제로 액체방울 하나하나를 초미니 화학, 생물학 실험실로 만들 수도 있다. 액체방울 안에 세포를 키우거나 특정 화학물질을 넣고 반응을 실험할 수 있다는 뜻이다. 액체방울 안에 약물을 담아 원하는 조직이나 세포로 이동시켜 약을 주입시키는 전달체로도 응용할 수 있다. 이번 연구의 교신저자인 바르토슈 그쥐보프스키 그룹리더는 “나노 계면활성제로 만든 액체방울은 세상에서 가장 작은 화학공장”이라고 말했다.


초소형 액체방울을 자유롭게 조종할 수 있는 이 기술은 향후 액체방울을 이용한 다양한 연구와 공정을 발전시키는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표면 성질에 따라 박테리아를 죽이거나 효소를 운반하는 등 다양한 기능을 가진 나노입자로 나노 계면활성제를 만든 만큼 기존 분자 계면활성제보다 다양하고 복합적인 기능을 수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이날자에 실렸다.


송강섭 기자 successnews@succes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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